대통령 공약 ‘공직자 인선 배제 5대 원칙’ 수정 시사
구체적 기준 마련 강조했지만 공약 후퇴 논란 불가피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도 “국정운영 소통이 더 중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1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과 관련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에 대해선 그동안 사회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해 문재인 대통령의 5대 비리 원천 배제 공약의 수정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현실에 맞게 기준을 정립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으나, 시대별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공약 후퇴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정기획위가 새롭게 마련하는 인사검증 기준안의 방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공직자 인선 배제 5대 원칙’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고의성이 가미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고의성을 갖고 한 탈세 등 세 가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배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공약을 원안 그대로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에 대해선 “대선 후보 때 약속한 것들을 적용하려다 보니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됐는데 이제야 문제가 되는 일들이 있더라”라며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천 배제까지는 아니고, 현실적합성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논문표절과 관련해선 “지금은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2007년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또 소위 '잡문'이라고 하는 칼럼 등에도 표절 기준을 적용할지도 문제”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절을 해서 경제적 이익, 신분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논문을 (표절) 했다든지 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누가 봐도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장전입과 관련해서 여권에선 자녀 교육 목적과 부동산 투기 목적은 경중을 달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개적인 신상털기 식으로 흘러 정책 능력 등 자질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는 현 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괜찮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고 매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미국처럼 도덕성 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는 방안도 있다. 경기도의회도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면서 많은 사람을 탈락시켰다”고 전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쉽지 않은 과제임을 내비쳤다. 그는 “실제로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는 건물배치 등의 문제가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저는 '광화문 대통령'이란 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과 소통을 강화하고,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논의하고 이런 노력을 계속하는 소프트웨어 혁신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국정기획위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기본료, 기기 부담금, 데이터 비용 등이 부담”이라며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관련 사업자들이 순이익을 분담해 큰 충격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보통신분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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