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국특사로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간계를 꾸미는 일당을 박멸해달라”는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아베 총리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인사가 거침없는 언사를 해 외교 결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10일 한국에 온 니카이 간사장은 전남 목포에서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을 해가야 한다. 한국 안에도 한 줌이라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견하면 박멸해달라”고 말했다. 또 “하찮은 것들로 티격태격하지 말고 사이좋게 가자”며 “한일이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우호의 나라라는 사실을 후세에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둘러본 자리에서 인사말 중 나온 발언으로 아사히(朝日)신문과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날 김성재 김대중기념관 이사장,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차례로 환영사를 하자 니카이 간사장은 “지금까지 한일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흔들림 없이 한국을 신뢰하고 우호의 길을 걸어왔다”며 “양국 관계에 대해 비우호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우호적인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한일 우호를 호소하는 문맥에서 이날 발언을 했지만, 양국이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을 안고 있는 만큼 발언이 파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니카이 간사장은 한국이 위안부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한 어조로 말한 바 있어 그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이란 표현이 한일 합의의 재교섭을 주장하는 한국 사람들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그의 언행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12일 문 대통령과의 면담 분위기가 냉랭해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도쿄 =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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