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팝 여제’의 건재를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세계적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에서 18년간 쌓아둔 히트곡을 쉴 새 없이 풀어냈다. 90여 분의 공연 동안 녹색,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등 7벌의 란제리룩을 갈아입고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역동적인 무대를 꾸며 관객을 열광케 했다.
1999년 데뷔한 스피어스는 전 세계 음반 판매량 약 1억 5,000만장, 정규앨범 7장 중 6장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하이틴스타다. 스피어스는 2003년 내한해 가수 보아와 SBS 가요프로그램 ‘인기가요’에서 스페셜 무대를 펼친 적이 있으나, 국내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들은 다종다양했고, 이들이 공연장을 찾은 사연은 각양각색이었다. 학창시절 스피어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팬심을 키웠던 2030세대 관객부터 어린 자녀와 함께 추억을 쌓으러 온 아버지까지 공연장을 찾았다. 가수가 꿈인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정신경(37)씨는 “보컬 학원에 다니는 딸에게 스피어스의 공연이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왔다”며 “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스피어스의 ‘톡시’를 패러디한 의상을 입고 그의 히트곡을 따라 부르는 해외 팬들도 볼 수 있었다.
정규 8집 앨범의 수록곡 ‘워크 비치’가 공연의 시작을 알릴 때부터 관객은 객석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스피어스는 이어진 곡 ‘우머나이저’을 부를 때 관객 쪽으로 돌출된 무대로 나와 “왓츠업 서울”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무대는 스피어스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 ‘베이비 원 모어 타임’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 ‘보이스’, ‘미 어게인스트 더 뮤직’ ‘아임 어 슬레이브 포 유’ ‘두 섬싱’ ‘톡시’ ‘크레이지’ 등 과거 히트곡을 연달아 부르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은 남성 댄서와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무대 바닥에 누워 춤 동작을 펼칠 때 관능미가 느껴졌다.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규 6집 앨범의 ‘서커스’를 부를 때는 마술사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다가 빨간 천막 뒤로 사라졌다. ‘프리크 쇼’에서는 한 남성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즉흥 퍼포먼스를 펼쳤다. 몽환적인 ‘메이크 미 우’에 맞춰 관객이 휴대폰 불빛을 흔드는 플래시 이벤트를 펼치자 공연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아쉬움도 컸다. 2만5,000여명 수용이 가능한 고척스카이돔에 1만2,000여 관객만 자리를 채워 플래시 이벤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티켓 판매가 저조해 외야석은 절반 이상이 비었다. 무대 앞 스탠딩석에 좌석을 놓았으나 이마저도 다 메우지 못했다.
이날 공연은 립싱크로 이뤄졌다. 스피어스는 퍼포먼스 도중 마이크가 켜지자 “감사하다”는 짧은 멘트를 던졌지만, 한국에서 첫 콘서트를 여는 소감도 밝히지 않은 채 공연만 이어갔다. 퍼포먼스에 집중하면서 수준 높은 무대를 보였지만, 관객과의 교감은 부족했다.
스피어스의 오래된 팬으로 혼자 공연장을 찾은 이희연(32·가명)씨는 “관객과 소통이 부족해 아쉬웠지만, (소감을 말하지 않아)한 곡이라도 더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학창시절 들었던 노래들을 오랜만에 들으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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