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29ㆍ본명 권지용)이 10일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일이 있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탑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최근 병원 신세를 지는 등 빅뱅 멤버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한 복잡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연 공연 ‘액트 Ⅲ: 모태’(ACT Ⅲ, M.O.T.T.E)에서 “이번 공연 제목이 모태인데 말 그대로 (공연을) 못할 뻔했다”는 말도 했다. 솔로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은 팀에서 활동하는 탑이 구설에 올라 심적인 부담이 컸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드래곤은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빅뱅 팬 행사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탑을 대신해 사과한 바 있다.
이날 공연엔 작은 사고도 있었다. 지드래곤이 탑과 활동했던 듀오 지디앤드탑(GD&TOP) 1집 수록곡 ‘악몽’(obsession)을 부르는 데, 한 여성 팬이 무대에 나타나 그에게 달려 드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빅뱅을 상징하는 노란색 왕관이 달린 야광봉을 든 이 팬은 마이크를 든 지드래곤에 달려가 그의 어깨를 잡기도 했으나, 바로 뒤따라 달려온 안전 요원에 제지 당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드래곤이 다친 곳은 없다. 무대 위에 난입한 여성 팬은 집으로 돌려 보냈다. 다행히 관객들의 동요는 없었다. 지드래곤이 마이크를 놓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 데다 곡이 상대방에 대한 집착에 대한 노래라 여성 팬의 등장을 무대 연출 일환으로 알고 보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지드래곤은 ‘하트브레이커’를 시작으로 ‘크레용’, 최근 낸 새 앨범 수록곡 ‘개소리’ 등을 1집부터 발표순으로 24곡을 부르며 두 시간 반 여의 공연을 다양하게 꾸렸다. 그는 의상을 비롯해 무대 조명과 영상을 주로 붉은색으로 연출해 강렬함을 줬다. 공연 제목인 모태(母胎)는 어머니의 태안이란 뜻으로, 자신이 태어난 근거지를 어머니의 자궁에 빗대 공연에 붉은색을 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앨범 제목을 ‘권지용’으로 지었듯, 그는 공연에서 ‘인간 권지용’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지드래곤은 “지드래곤은 내게 화려하고 과장된 이미지”라며 “어느 순간부터 지드래곤이란 이름으로 살다 보니 내 본 모습을 잊고 있었다”는 고백도 했다.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해 10여 년 동안 스타로 살아오며 놓친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며 ‘권지용이 어떤 아이였을까’를 돌아보게 됐다”며 “잊고 있었던 날 깨닫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뒀다. 지드래곤은 앨범 ‘권지용’ 수록곡 ‘슈퍼스타’에서 ‘어린 시절 나의 소원 TV 속에 그들처럼 지금 살고 있는데도 왠지 슬퍼 외로운 건 여전해’란 노랫말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지드래곤이 2013년 연 ‘원 오브 어 카인드’에 이은 4년 만의 솔로 공연이다. 내년 입대를 앞둔 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단독 공연을 위해 후배들도 힘을 보탰다. 가수 아이유와 래퍼 씨엘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해 지드래곤과 각각 듀엣 무대를 펼쳐 재미를 줬다. 공연장엔 4만여 관객이 몰려 상암벌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서울 공연을 끝낸 지드래곤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간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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