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졌던 서울광장은 6ㆍ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앞서간 민주열사들을 추모하고 '촛불승리'를 통해 이룬 새로운 민주주의 도약을 기념하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10일 가장 먼저 광장에 퍼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였다. 정부공식 행사인 '제30주년 6ㆍ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은 한 세대에 걸쳐 성장한 6월 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라며 "6월의 시민은 독재를 무너뜨렸고 촛불시민은 민주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후퇴하는 일은 이제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인권은 확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직 대통령이 6ㆍ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행사는 처음으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졌던 서울광장에서 열렸다는 의미도 있다.
기념식에서는 1987년 명동성당 농성에 참여했던 김만곤씨와 그의 딸 래은 양도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딸에게 "그날 그렇게 싸워야만 했던 것은 아빠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양심적인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딸 래은양은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주신 엄마, 아빠, 모든 어른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들의 꿈이 모두 같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면 서로 보듬어주고 손잡아줘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고 답했다.
오후 2시45분쯤부터는 '제26회 민족민주열사ㆍ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준비위는 655명의 민족민주열사ㆍ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이들의 영정사진으로 무대를 꾸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열사의 뜻 이어받아 적폐를 청산하자ㆍ사회를 개혁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열사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승리를 쟁취한 우리는 이제 한국사회의 민주적 변혁을 완성하기 위해 분단체제를 허물어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국민운동에 나서고자 한다"며 "올해 8월15일에 남ㆍ북 8000만 겨레가 함께하는 통일 민족대회를 기필코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오후 7시쯤부터는 '6월 민주항쟁 30년 기념 국민대회 ―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정신의 계승자들인 우리 시민들이 지난 겨울에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마침내 새로운 민주 정부를 탄생시켰다"며 "이제 광장의 민주주의가 우리 일상의, 삶의 민주주의로 다시 승화되고 계승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우리가 30년 전에 꿈꾸던 세상은 결코 이 분단 세상은 아니다"라며 "더 많은 더 넓은 더 드높은 민주주의와 함께 반드시 6월의 주역이었던 우리 세대가 통일을 이뤄야한다"고 호소했다.
'6월민주항쟁30주년사업추진위원회'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행사는 오케스트라와 뮤지컬ㆍ연극ㆍ힙합 등이 아우러지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을 목놓아 따라부르기도 하고 '청년실업' '세대갈등' 등을 주제로 펼쳐진 연극과 뮤지컬 공연에 몰입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민주열사를 추모하고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진도 진행됐다.
전국대학민주동문협의회 등 5개 단체 회원 약 200명은 오후 1시쯤부터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학생열사 108명의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열사정신 계승하며 적폐청산 이뤄내자" 등 구호를 외치며 옛 열사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열사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발전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민주시민 대동제―6ㆍ10 민주난장' 참가자들도 오후 2시쯤부터 곳곳에서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동학농민군, 3ㆍ1만세군, 4월혁명군, 5월광주군, 6월항쟁군, 촛불시민군 등 6개 대열로 나뉘어 '민주1민생ㆍ평화' '노동자ㆍ농민 생존권 보장' '위안부 합의 무효' '세월호 진실 인양' 등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로 곳곳을 누볐다.
초중학생들을 데리고 촛불시민군 행진에 나선 김서원씨(46ㆍ여)는 "아이들에게 30년 전에 6ㆍ10 항쟁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지난 겨울 촛불로 일어난 위대한 일은 하루아침에 있었던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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