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율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기를 해온 자신을 돌아봤다.
권율은 얼마 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짓을 서슴지 않는 강정일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작 '싸우자 귀신아'에서 악귀에 씌인 살인마였다면 이번에는 내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인물을 연기했다.
몇 해 전부터 권율이라는 배우가 대중의 눈에 띄였지만 사실 그는 연기한지 벌써 10년이 된 꽤 경력이 있는 배우다. 권율은 자신의 10년에 대해 "돌이켜 보면 힘든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고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택이 되지 않아서 괴롭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든든한 무기이면서도 큰 칼이 된 것 같아요. 단단해지는 시기였고 훈장처럼 남아 있는 시간이죠. 제 나름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지만 돌이켜보면 감사하고 소중하고 그래요. 일을 계속 할 수 있던 시간도 소중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권율은 "연기를 끊임 없이 절박하고 처절하게 하고 싶은 이유도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이 '제가 어떤 가능성이 있는 배우인지 봐주세요'였다면 앞으로 10년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배우인지 봐주세요'인 것 같다. 내가 울면 울어주고, 내가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못된 짓을 하면 욕해주고.. 갖고 놀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10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발탁이 되지 않았던 지난 순간은 작품과의 연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하고 싶은데 못하는 역할은 당연히 많았다. 수십번, 수백번을 연습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진 것도 많다. 정말 원했지만 못했던 적도 많지만 안 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다른 작품이 되려고 그게 안 됐구나 하는 캐릭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0년을 하면서 느낀 건 '작품 연이라는 게 제가 발버둥 치고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강정일 전에 하고 싶은 역할이 있었는데 강정일을 만나려고 못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이 인물을 만나려고 성장통을 겪었던 건가 싶은 거죠. 앞으로도 의도적으로 필모그라피를 만들어 가지 않으려 해요. 집중하지 않으면 그 필모그라피는 예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절실하게 임하다 보면 잘 될 거라 생각해요."
요즘 그에게 있어 언제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묻자 각종 스포츠 경기 시청이라는 답이 왔다.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축구, 농구 같은 단체 스포츠를 선호하는 편이며 인원 소집에 어려움이 있어 실시간 경기 시청을 주로 한다고. "오늘 아침 가장 아쉬웠던 건 NBA 경기를 못 본 거다"고 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귓속말'에서 함께 연기한 이상윤과 농구라는 공통 관심사가 맞아 떨어져 틈만 나면 농구 토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신체적 단련이다. 권율은 "정신적인 노동이 많은 캐릭터를 맡았다 보니 신체를 많이 단련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음에는 극한으로 육체적 노동이 심한 액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름동안 외적, 내적으로 많이 다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가 좋은 게 있으면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귓속말'로 또 한 번 박차를 가한 그는 자신을 다지는 시간과 함께 다음 번의 멋진 연기를 기약했다. 권율은 "'귓속말'은 나에게는 절박하고 힘드면서도 황홀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잘 기회로 삼아서 다음에 찾아올 새로운 모습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작품이 나에게는 가장 큰 기회이고 큰 터닝포인트가 된 캐릭터이자 작품이라고 매 순간 생각하고 있다. 다음 작품도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고 기회가 되는 작품이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권수빈 기자 ppb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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