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제 정책에서는 다른 여느 정부와 별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새 정부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참신한 소통 행보에 따른 이미지 정치의 효과이고, 실제 정책 추진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감만 높여 줄 뿐, 정책 수행의 진도는 현실, 곧 기업과 노동계의 반발이나 국회의 제동에 걸려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경제 정책은 당사자가 많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지금의 정책 방향은 진보 이념의 내부 충돌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못 견디는 식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보듯, 칼로 무 자르듯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는데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새 정부의 기세에 눌려 솔직한 말을 못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한 재계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경제단체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들과의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많다. 국정기획위의 자세도 일방통행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핵심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이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거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호소가 주류였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는 “경영자총협회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께서 이렇게 신경 쓰는데 나름의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강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로사항 듣는다더니 선물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라고 불만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와 내수침체, 대ㆍ중소기업 양극화, 저성장구조 등 산적한 문제들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에둘러 말한 것 같지만 기업현장 문제의 핵심은 이중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개혁부터라는 얘기다. 대ㆍ중ㆍ소를 막론하고 기업의 손목만 비튼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동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부의 어떤 일자리 정책도 현장을 파고들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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