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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모범… 그 계보의 마지막 줄에 내 이름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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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모범… 그 계보의 마지막 줄에 내 이름이 올라”

입력
2017.06.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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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으로서 광주∙세월호에

죄의식과 아픔으로 공감” 평가

최근 팔봉의 친일행적 제기에

제정 취지∙의미 이례적 소개도

[170609-33] [저작권 한국일보]9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제28회 팔봉비평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김형중 교수와 가족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학평론가 우찬제, 김인환, 이수형, 정과리, 황영식 한국일보 주필, 문학평론가 홍정선, 유족 김호동씨, 문학평론가 오생근, 김형중씨의 아들, 부인, 김형중씨, 문학평론가 김주연, 라제기 한국일보 문화부장.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170609-33] [저작권 한국일보]9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제28회 팔봉비평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김형중 교수와 가족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학평론가 우찬제, 김인환, 이수형, 정과리, 황영식 한국일보 주필, 문학평론가 홍정선, 유족 김호동씨, 문학평론가 오생근, 김형중씨의 아들, 부인, 김형중씨, 문학평론가 김주연, 라제기 한국일보 문화부장.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제28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문학평론가 김형중(49) 조선대 국문과 교수 시상식이 9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렸다. 이 상은 한국 근대 비평의 개척자인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ㆍ1903~1985) 선생의 유지를 기려 유족이 출연한 기금으로 한국일보가 제정했다. 황영식 한국일보 주필은 수상자에게 상금 1,000만원과 상패, 순금 메달을 수여했다.

문학평론가 이수형씨의 사회로 열린 시상식은 이례적으로 이 상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문단 일부에서 제기된 친일 문인 문학상 비판에 대해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원회 간사인 홍정선 인하대 교수는 “30여년 전 유족들이 팔봉 김기진 선생이 남긴 돈의 사용문제를 의논해왔을 때 저는 팔봉 비평문학상 제정을 주장했다. 유족이 친일문제에 대한 세간의 논란을 우려했을 때 친일의 문제를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하는 선악의 도식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팔봉 선생이 친일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부정한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문학상을 만들어 수상하는 이유는 팔봉 선생처럼 근대 문명의 사다리를 힘차게 걸어 올라간 사람들이 마주쳐야 했던 폭력적 침략의 얼굴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인 문학평론가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작 ‘후르비네크의 혀’에 대해 “5ㆍ18, 세월호에 반응하는 한 문학인으로서의 절실한 아픔이 잘 그려져 있다는 점이 심사과정에서 많이 논의됐다. 끊임없는 죄의식과 아픔으로 공감하는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또 “수상작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성찰이 상당하다. 수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읽기를 바란다”고 상찬했다.

축사는 우찬제 서강대 교수가 했다. 우 교수는 “(김형중의 글쓰기는) 시대 고통이나 동시대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새로운 진실의 자리를 문학적으로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하는 글쓰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룰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형중만의 감각과 열정, 고집 도전으로 새 문학사를 열어주실 것”이라고 격려했다.

수상 소감을 위해 단상에 오른 김 교수는 첫 회 수상자인 고(故) 김현 서울대 교수부터 김윤식, 김치수, 김우창, 김병익 등 역대 수상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그들이 제게는 이루어야 할 정신의 모범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제 그 계보의 마지막 줄에 제 이름이 오를 차례”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상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직 자신이 없다”면서 “제가 가장 나답다고 여겨질 때가 글을 쓸 때, 오늘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과 이상한 결속력으로 묶여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이고 오늘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저와 제 글이 인정받는 날”이라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시상식에는 팔봉의 장손 김호동씨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오생근 김인환 권오룡 홍정선 정과리 김영찬 신형철씨, 소설가 권여선 이장욱씨 등이 참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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