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업혁신기구 주도 컨소시엄
SK와 손잡은 베인캐피털 합류
도시바, 15일 우선협상자 결정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일본 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의 ‘주판알’도 복잡해졌다. 세계 반도체 업계를 재편할 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자는 이르면 15일 결정된다.
9일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가 이끄는 ‘미일 컨소시엄’에 베인캐피털이 참여한다. 이 컨소시엄에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놓고, 도시바와 갈등을 빚어온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WD)도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은 당초 미일 컨소시엄 참여자로 파악된 미국계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빠지는 자리를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컨소시엄은 일본 정부가 간접적으로 지원해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경영자매수(MBO) 방식으로 경영권 지분(51%)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베인캐피털이 미일 컨소시엄에 합류해도 SK하이닉스와의 ‘동업자 관계’가 유지된다면 결과적으로 한미일이 같은 배를 타는 상황이 된다.
다만 베인캐피털은 미일 컨소시엄에 소수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이 컨소시엄에 승선해 지분을 일부 확보하더라도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SK하이닉스 측은 “입찰자에게는 비밀유지 조약이 있어 인수와 관련해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베인캐피털이 마지막에 배를 갈아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수에 실패하느니 도시바메모리 일부 지분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 지분 참여라면 굳이 SK하이닉스를 끌고 들어가지 않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뒤 이달 말 정식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일본 언론은 산업혁신기구 컨소시엄과 미국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 컨소시엄으로 후보군을 좁히고 있다. 브로드컴 컨소시엄은 2차 입찰에서 2조2,000억엔을 입찰가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가장 많은 3조엔을 베팅한 데다 애플과 아마존까지 끌어들였지만 중화권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내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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