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용했지만…

금호산업, 20년 독점사용 결의 후

채권단에 사용료 2.5배 높게 제안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존 입장을 뒤집고, 채권단이 요구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사용요율을 채권단 요구보다 2배 이상 높인 ‘조건부 허용안’을 제시하면서 채권단이 고민에 빠졌다. 금호타이어의 향후 매각 절차도 불투명해졌다.

금호산업은 9일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요구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를 논의한 뒤 최종안을 채권단에게 전달했다.

이사회는 채권단이 요구한 ‘상표권 5년 사용 후 15년 연장 허용’ 조건에 대해선 20년 동안 독점으로 사용하도록 결의했다. 양측이 추가 논의를 거치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상표권 사용요금이다. 금호 측은 사용요율을 매출액 대비 0.5%로 결정하고, 20년 동안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금호타이어 연간 매출액(약 3조원)을 감안하면 매년 150억원씩 20년간 3,000억원 가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당초 채권단이 금호측에 요청한 사용요율은 0.2%여서 2.5배 높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언제든지 상표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채권단의 요구와도 어긋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 금호타이어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액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 기업들도 0.4~1%의 상표권 사용요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표권의 시장가치, 증가하는 상표권의 유지ㆍ관리ㆍ통제 비용, 20년간 독점적 상표 사용 보장 조건 등을 고려해 사용요율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더블스타와 계약을 체결할 때 상표권 사용기간(5년 사용 후 15년 추가)과 사용요율(0.2%)을 선결 요건으로 정했다. 이 조건을 기반으로 인수가(9,550억원)가 확정됐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가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고 매매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더블스타는 지금도 금호타이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 측이 상표권 사용 허용으로 입장을 바꾼 점은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채권단에서 요청하지 않은 내용을 통보해 와 당황스럽다”며 “더블스타, 채권단과 협의해야 하며, 금호 측과도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