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조선왕조의 두 어보가 국내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미국 이민관세청과 함께 추진해오던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의 몰수 절차가 완료돼 조만간 두 어보를 국내로 들여온다고 9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환수되는 문화재는 2013년 고종이 발행한 최초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과 이듬해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에 이어 세 번째다.
어보는 조선왕실에서 왕과 왕비에 대한 상존호(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올리는 호칭), 세자와 세자빈의 책봉 등 의례를 위해 제작한 도장으로 국가의 정통성과 권위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문정왕후어보’는 명종 2년(1547) 중종의 왕비이자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1501~1565)에게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리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로 세로 각 10.1㎝, 높이 7.2㎝ 크기로 거북 손잡이가 달린 금보다. ‘현종어보’는 효종 2년(1651) 임금의 맏아들인 현종(1641~1674)이 왕세자로 책봉된 것을 기념해 옥으로 만들어졌다. ‘왕세자지인’이라는 보문이 새겨져 있고 손잡이는 거북 모양이다.
두 어보는 국내에서 유출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미국인 A씨에게 넘어갔다. ‘문정왕후어보’는 2000년 미국 LA카운티박물관이 A씨로부터 사들였고, ‘현종어보’는 A씨가 소장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약탈 당했다는 추정도 있지만 A씨는 일본인으로부터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은 2013년 5월과 7월, 두 어보가 도난품임을 인지한 문화재청의 수사요청을 받고 그 해 9월 어보를 압수했다. 문화재청은 2014년 7월 현지 실사를 통해 두 어보가 진품임을 확인했다. 올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연방법원은 두 어보에 대한 몰수 선고를 판결했고 문화재청과 미국 이민관세청은 9일 수사절차 종결에 합의했다.
조선과 대한제국에서 만들어진 어보는 모두 375점으로 한국전쟁을 거치며 상당수가 사라졌다. 1952년부터 7점을 순차적으로 환수했지만 46점은 아직까지 소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양국의 적극 지원은 물론 민간단체 등 각계의 공동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두 어보를 조속히 국내로 들여와 오는 8월로 예정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등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