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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차 산업혁명 틀 깨야 4차 산업혁명 보인다

입력
2017.06.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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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회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마주한 우리는 재도약과 퇴보의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4차 산업혁명이 시장과 사회에 만들어 낼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2차 산업혁명의 틀 속에 갇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지겠지만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과잉공급 시대에 접어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다. 공급과잉 시장에서 기업들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압력을 통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는 것도, 지속적인 국가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영역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껏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관점 자체를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닷새 일하고 이틀 쉬는 구조가 아닌 이틀 일하고 닷새를 쉬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나누고 소득을 보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의 활용에서 찾아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고 차량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자동차 소유가 줄어들면서 교통체계가 대중교통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많은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압력을 통해 버스나 택시 운수회사가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접근이나 공적 자금을 운수회사에 투입하여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중교통화 되는 교통체계 속에서 일부 공유되는 자율주행차를 일정 자격을 갖춘 버스기사나 택시기사가 소유하도록 하고 조합 형태로 차량공유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버스기사나 택시기사에게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수익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유되는 자율주행차들을 소수 기업이 모두 소유한다면 운전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효과와 이익을 일부 기업이나 자본가들이 독점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길을 찾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 시장적 규제들로 기업가들의 의욕을 꺽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삶을 이어가는 다수 서민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보다, 오늘의 삶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고 보다 낮은 가격에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할 뿐이다. 직면한 문제의 해결 따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준비 따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손에 잡히는 성과가 만들어 질 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속적 성장에 여성인구와 고령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은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인구의 쇠퇴하는 지각 및 사고능력과 근력을 보완해 주고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인구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어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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