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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장녹수'로 살았던 시간의 흔적(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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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장녹수'로 살았던 시간의 흔적(인터뷰①)

입력
2017.06.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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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가 '역적' 종영 인터뷰를 했다. 이지숙 기자
이하늬가 '역적' 종영 인터뷰를 했다. 이지숙 기자

‘희대의 요부’라고 불리는 장녹수. 앞서 많은 여배우들이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MBC 드라마 ‘역적’에서 장녹수란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역대 장녹수들을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할 것인지 기대를 모으면서도 크게 다를 것이 있겠느냐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역적’은 신인들이 대거 주연을 맡아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마저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역적’은 마지막 회 시청률 1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작품 자체로도 호평을 받았고, 이하늬가 소화한 장녹수 역시 ‘역대급 장녹수’라는 평을 받았다.

이하늬는 ‘역대급 장녹수’란 표현에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였나 보다. 원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 사랑하는 거 아니냐”며 웃은 후 “연기한 배우보다 캐릭터가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했다는 것을 인정해 준 것으로 알아들었다”고 겸손하면서도 재치 있게 자신의 연기를 평했다.

과연 ‘역적’의 장녹수는 기존의 장녹수와 달랐다. 3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바탕으로 장녹수가 궁에 들어오기 전 민가에서 살던 시절까지 재조명 했던 것이다. 장녹수가 어째서 악의 길을 걷게 되는지 하나씩 이야기를 쌓아갔고, 때문에 장녹수는 ‘절대 악’이 아니라 사연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하늬는 “관기(나라에 속한 기생)가 절대 권력을 갖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많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연기하다보니까 여자로서 나도 이해가 됐다. 제 3의 눈으로 봤을 땐 요부였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으로 봤을 때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여성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석이 맞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각본을 쓴 작가도 사학을 전공했고, 감독도 사학을 부전공을 해 역사관이 분명한 분들이 만든 설정”이라는 것이 이하늬의 설명이다. 사료를 재해석 했지만 신빙성 있는 역사를 토대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감독은 첫 미팅 때부터 전 스태프들에게 ‘조선왕조실록’을 읽게 했다. 이하늬는 “배우들이 사료를 기본으로 해서 연기하길 바라셨기 때문에 다들 숙지하고 있었다. 탄탄한 사실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라며 감독과 작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하늬가 '역적' 종영 인터뷰를 했다. 이지숙 기자
이하늬가 '역적' 종영 인터뷰를 했다. 이지숙 기자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화와 녹수다. 이하늬가 연기하는 한 사람이지만, 둘은 모든 것이 달랐다. 공화는 녹수가 궁궐에 들어가기 전 길동(윤상균 분)을 연모하는 마음을 애틋하게 그려냈으며, 길동이 지어준 녹수라는 이름으로 궁궐에 들어가서는 권력 위에 군림했다. 공화와 녹수가 전혀 다른 인물이 되는 만큼 그와 호흡을 맞췄던 길동과 연산군(김지석 분)과는 또 다른 케미스트리를 자아냈다. 이하늬는 윤균상에 대해서는 “길동과 연기할 때는 푸릇푸릇하게 사랑했던 때인데 윤균상 자체가 너무나 귀여웠다. 만날 때마다 볼을 꼬집고 싶었다”라고 말했고, 김지석에 대해서는 “연산과 호흡도 너무 좋았다. 곁에 있으면 든든해서 ‘김지석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애교도 많고 진지할 땐 또 진지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가장 집중한 것은 예인(藝人)으로서의 장녹수다. 대중들이 ‘이하늬표 장녹수’를 기대했던 이유,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히든카드’라며 자신했던 이유는 실제 국악을 전공한 그가 보여줄 출중한 실력 때문이었다. 앞서 애니메이션 영화 ‘달빛궁궐’, 그리고 예능프로그램 ‘판스틸러’에서 멋들어진 가야금 연주 등을 선보였던 그는 ‘역적’을 통해 국악 실력을 가감 없이 펼쳐냈다. 애달픈 노래부터 승무, 장구춤 등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는 깔 수 있는 ‘패’가 없다. 너무 아끼고 정말 잘 해내고 싶은 캐릭터였다. 감독님을 뵙고 신뢰가 정말 많이 가서 이번에 사활을 걸 만 하겠다 싶었다”며 “작가님을 이렇게 많이 뵌 것도 처음이었다. 촬영에 앞서 수개월 전부터 포인트가 되는 신들에 대해 협의를 했었다. 저 뿐만 아니라 연산군의 처용무, 가령의 자장가, 길동의 녹차밭 소리 신 등 보기엔 간단히 보여도 트레이닝을 많이 한 것이다. 다들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30부작, 6개월이라는 긴 여정이 끝났다. 이하늬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을 만큼 온 힘을 쏟았고, 그만큼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이하늬는 그 공을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그는 “패밀리들이 너무 보고 싶다. 그래서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스태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 같다. 정말 내 간이라도 꺼내서 연기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스태프들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 줬다”며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누나 포커스 안 놓치려고 장녹수 대사 모두 외웠어요”라고 말한 카메라 포커스를 맡은 스태프를 회상하며 “너무 고마웠다. 연기를 하면서 점점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연기는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다들 나보고 예뻐졌다고 하는데, 내가 예뻐진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예뻐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사력을 다해 예쁘게 만들어 주신 거다. 한동안 ‘역적’ 멤버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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