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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하하랜드]동물 위한 프로? “꿈보다 해몽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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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하하랜드]동물 위한 프로? “꿈보다 해몽이 더 크다”

입력
2017.06.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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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랜드' 2회가 방송됐다. MBC 캡쳐
'하하랜드' 2회가 방송됐다. MBC 캡쳐

‘하하랜드’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동물의 입장보다는 인간의 시선으로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며 불편함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밤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하하랜드’ 2회에서는 노홍철의 애완 당나귀 홍키, 모태솔로 펭귄 화니의 동물 MC 대회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이날 노홍철은 봄을 맞아 두 달 된 애완 당나귀 홍키와 남산으로 소풍을 갔다. 노홍철은 당근 도시락까지 싸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정작 남산에 간 홍키는 꿈쩍도 하지 않아 노홍철의 속을 썩였다. 홍키는 호기심이 많아 담배꽁초도 입에 가져다 댔고, 자신의 기분이 내킬 때만 걸었다.

또 홍키는 평소에도 노홍철과 헤어져 있거나 경계할 일이 생기면 갈비뼈가 패일 정도로 들썩거리며 ‘괴물 같은 소리’로 울었다. 특히 홍키는 한밤중에도 겨우 45분만 잠을 잔 후 계속 울어댔다. 결국 이웃들은 노홍철에게 항의를 하러 왔다.

사실 프로그램 기획 당시 노홍철이 당나귀를 키운다는 소식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당나귀가 서울 도심에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홍키를 계속 키우는 것은 프로그램을 계속 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노홍철이 “집에 톱밥 같은 것을 깔아 주고 짚도 깔아주지만 대부분 시멘트다. 원래 본성에 맞게 흙을 밟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홍키와 남산에 자주 간다고 밝힌 것처럼 당나귀는 흙에서 살아야 한다.

‘앞으로 홍키와 계속 함께 할 수 있느냐’라는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노홍철은 당나귀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영국 당나귀 학교로 향했다. 영국에서 노홍철은 패티라는 당나귀를 만나 그가 축구를 하고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노홍철마저 “당나귀는 짧은 순간 붓을 물고 있는 것일 뿐 사람이 그리는 것이더라”라며 당나귀 패티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조련사가 그린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련사는 "패티가 그린 것"이며 “‘패티가 지금 이 사람들이 나를 보러 온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본 송은이 역시 “이건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사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결국 영국까지 갔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하하랜드’는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의 시선으로만 동물의 행동을 판단했다. 동물의 언어를 해석하기는커녕 의인화해서 마치 동물을 사람인 것처럼 꾸몄다. 사실 당나귀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축구를 하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한국에서 자신을 찍기 위해 영국에 왔다는 생각도 하지 않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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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하하랜드 주민센터’에 등장한 모태솔로 펭귄 화니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멸종 위기인 홈볼트 펭귄의 번식을 위해 수고를 하고 있는 조련사의 속 깊은 마음이 그려진 것은 의미 있었으나 오로지 사람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펭귄의 삶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물의 속마음인 듯 전달되는 더빙은 불편함을 더했다.

암컷 화니의 짝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제주도에 있는 한 수족관을 찾았는데, 그곳에는 사이 좋은 한 쌍의 펭귄이 있었다. 조련사는 두 펭귄을 떼어 놓으며 “부부 관계가 될 수 없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청백연과 적백연이라는 두 마리의 펭귄은 성별이 같고, 부모가 같다는 것이었다. 이에 패널들은 “이건 영화다” “최고의 막장 중 막장 아니냐” “도와줄 방법이 없네”라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웃었다.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모태솔로’와 ‘막장 커플’ 등 드라마적 요소를 강조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진정으로 동물을 생각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MC들은 수컷 펭귄들이 둥지를 만들 때 쓰는 자작나무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토크를 이어갔다. 지상렬은 여자 MC들에게 “남자를 볼 때 현재의 자산 가치를 보냐? 미래를 보느냐”라고 물었고, 송은이는 “내가 자작나무(자산)가 있으니까 남자의 자작나무는 상관없다”고 말했고, 찬미는 “너무 없으면 같이 힘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진은 “(결혼 당시 남편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동물 이야기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가십거리로 변질되고 말았다.&nbsp;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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