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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트렌드] '악녀'-'원더우먼' 속 女캐릭터의 전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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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트렌드] '악녀'-'원더우먼' 속 女캐릭터의 전형성

입력
2017.06.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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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남성 캐릭터 위주였던 극장가에 '여풍'(女風)이 새롭게 불고 있다. 김옥빈 원톱주연 '악녀'(8일 개봉)와 갤 가돗의 '원더 우먼'(5월 31일 개봉)이 대표적이다.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 영화들이 관객을 만나면서 여성 캐릭터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작품에서 소비돼 온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김옥빈은 90% 이상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남성 액션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자랑했다.

스스로도 "멍들고 다치는 일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내가 잘해야 여성 캐릭터 위주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옥빈의 노력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손발을 저릿하게 하는 격투 신부터 고난이도의 버스 액션과 오토바이 신들을 완벽히 소화하며 실감나는 액션영화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숙희가 복수를 하는 과정은 김옥빈의 액션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숙희가 좀 더 '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숙희 역시 기존의 여성 캐릭터가 그랬듯 사랑에 목매는 '순정파'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만든 장본인인 중상(신하균)과 재회에서 "날 진짜 사랑했냐"고 묻는 장면은 고루한 여성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수를 위해 숨 가쁘게 달린 숙희가 결국에는 '사랑 타령'을 하고 있는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원더 우먼' 속 히로인 다이애나(갤 가돗) 역시 '사랑 타령'을 한다. 영화는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다이애나 프린스, 원더 우먼이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만나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내용을 그린다.

이스라엘에서 군인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갤 가돗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발휘했다. 칼과 방패를 휘두르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원더 우먼'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갤 가돗뿐 아니라 아마존 군단의 액션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극 초반 독일군들을 아찔하게 무찌르는 장면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위용은 트레버 대위를 만나면서 찾을 수 없게 된다. 다이애나가 트레버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원더 우먼'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스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는 용맹한 여전사를 사랑에 목매는 여성 캐릭터로 전락시켜야 했는지 아쉬움이 크다.

'악녀'와 '원더 우먼' 모두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액션 영화다. 남성 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진 액션 영화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순 점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하지만 굳이 여성 캐릭터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순애보의 틀에 가둬놔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사진='악녀' '원더우먼'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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