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도 시급
모범사례 공공부문부터 나와야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법만 바꿔서는 안 되고 원ㆍ하청 불공정 거래, 중소기업의 구인난 등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들을 동시에 풀어야 정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우선 착수한 것은 ‘주 52시간의 법정 노동시간 준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의 총 52시간을 법정 한도로 규정하고 있으나,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예외라는 자의적 행정해석을 고수한 탓에 실제로는 주말 16시간을 포함, 주 68시간의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고 명시해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6월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되 입법적 해결이 어려우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대통령 공약에는 상당 수 근로시간 단축 방안이 포함됐다.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축소, 장시간 노동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위반 기업 규제 강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 도입, 포괄임금제 규제 등이다. 정부는 순차적으로 실행해 임기 내 노사정위원회가 2010년 공언한 ‘연간 1,800시간대 노동’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초장시간 노동이 상당부분 정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행정해석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장 고칠 수 있는 게 많다”며 “특히 전체 노동자의 약 절반이 해당하는 특례업종 축소는 시급하게 손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운수업 등의 노동시간 규제가 엄격한데, 한국에서만 특례업종으로 규정해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을 바로잡는 일도 병행해야 기업에 경각심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주 52시간만 정착돼도 습관적인 주말 추가근무 관행이 크게 개선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여가산업이 성장하고 일ㆍ가정 양립이 정착되는 연쇄효과를 거두려면 주 48시간, 44시간, 40시간 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여나가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노동자 역시 연장ㆍ휴일근로 수당으로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상황은 상당 부분 원ㆍ하청 불공정 거래에서 비롯된다”며 “대기업이 계열사에만 영업 이익률을 7%씩 몰아주고, 나머지 중소기업에는 2,3%대 영업이익률을 강요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범사례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도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 경쟁력이 제고되는 모범사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나와서 민간에 소개되고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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