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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권력 분산 없이 4년 중임제로 개헌하면 개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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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권력 분산 없이 4년 중임제로 개헌하면 개악일 뿐”

입력
2017.06.0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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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盧정권 경험한 팀들 다시 뭉쳐

그만큼 시행착오 없이 잘할 것

인사원칙 지키되 실행기준 타협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조정 필요

사드 동의안 국회 오면 법따라 처리

내년 지방선거 맞춰 개헌 가능

분단 상황에 내각제 추진은 곤란

권한 분산없이 4년 중임제 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일 뿐

지난 1년간 탄핵이 가장 힘들어

청소노동자 정규직화 큰 보람”

인터뷰= 이유식 논설고문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1주년 기념으로 한국일보와 만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정 의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에 국민은 물론 국회와 야당과의 폭넓은 소통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강단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한 뒤 “노무현 정부 때는 경험이 좀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그 때 경험한 팀들이 다시 뭉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범할 확률이 많이 줄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_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으려면 어떤 점에 치중해야 할 것인가.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야당과 소통 잘 해야 하고 국회와도 소통을 잘 해야 한다. 그게 협치의 전제조건이다. 과거 여당들이 국회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통법부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래선 안 되고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존중하면서 국회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_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통화 한 적이 있는지.

“통화는 안 했고 국회에서 취임선서 하는 날 의장실에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전화도 좀 주시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과 통화를 많이 한다고 한다. 저도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접수하는 통화여서는 안 되고 쌍방통행이어야 한다. 앞으로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땐 통화를 하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아마 국회의 협력이 필요할 땐 전화 하실 거라 생각한다.”

_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이 인선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2005년 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지만 지금까지는 신상털이 식으로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제는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진짜 유능한 사람이 어쩌다가 생긴 작은 흠집 때문에 국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중요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성장해온 사람만이 발탁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원칙은 지키되 실행 기준은 조금 정치적인 타협을 통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수준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_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및 사드 배치 재검토 등을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혁은 집권초기에 해야 한다고들 이야기 하지 않나. 과거의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자는 것이 협치는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수정하고 적폐 청산을 원하는 국민 요구도 있다. 행정부가 안정되면 청와대가 직접 행정명령 하는 일은 줄어들거라 본다. 인수위도 없이 대통령 혼자 출발한 정부가 고육지책에서 불가한 측면이 있다고 이해한다.”

_사드 국회비준 동의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부가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이 부담을 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_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조용하고 아주 원만하지만 원칙에는 굉장히 충실하다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불 같은 성격이라면 문 대통령은 좀 더 차분한 성격이면서 강단도 있다. 학생운동을 하고 특전사에 가서 군대생활을 하고 인권변호사로도 역할을 한 인생역정을 보면 조용하지만 강단이 있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가 안정되면 개헌이 화두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개헌의 핵심으로 분권을 꼽았고 다당제를 겨냥하고 있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개헌을 공약한 데다 이미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지방선거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밝혔다.

_개헌의 방향과 절차,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핵심은 분권이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가진 권력 일부를 국회나 제3의 기관으로 분산하고 중앙정부가 가진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면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와 분권 시스템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개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_국회 개헌특위에서 4년 중임의 대통령제와 분권 정도로 결론을 낸 것인가.

“아직 국회안은 없고 지금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월부터 가동한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 중이다. 다만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를 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분권이라고 하는 방향에만 합의를 한다면 4년 중임이든 단임이든 별 차이가 없다. 또 의원내각제는 상당히 이상적인 안이지만 남북분단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_대통령 공약으로 보면 청와대에서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느낌이 있다.

“개헌 발의권은 대통령과 국회에 모두 있다. 그러나 국회와 대통령이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다. 이미 국회 개헌특위 만들어져 있는데 대통령이 (별도)안을 내겠다고 하면 이상한 긴장이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의견이 있으면 반영을 해 가면서 의회와 공동작업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_선거구제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소선거구제 중심의 제도는 사표가 많고 표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_비례대표제 또한 손질 대상인가.

“그렇다. 다만 독일식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나라 제도를 이식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역사나 정치과정을 잘 고려해야 한다.”

_책임총리를 국회가 선출하는 방안도 가능한가.

“그렇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하고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논의는 개헌특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의장은 논의가 잘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일 뿐이다.”

_개헌 일정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금년 중에 국회 단일안을 만들어서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으로 일정은 합의가 돼있다. 문제는 그 일정에 맞게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느냐다. 이전 대통령들은 개헌 공약에서 번번이 후퇴했지만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입장은 아닌 걸로 보인다.”

_5당 체제의 국회시스템은 문제가 없는가.

“지금이 바람직하다 본다. 양당제에서는 각 당이 비토 파워를 갖기 때문에 협상을 하다가 어느 한 쪽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리면 방법이 없다. 4당제나 5당제에서는 한, 두당이 반대해도 진행은 된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서도 양당이었으면 교착상태가 지속됐을 것인데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표결 참여를 결정한 뒤 자유한국당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 1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용역직이던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국회직으로 전환한 일을 꼽았다. 가장 힘든 시기로는 역시 탄핵을 들었다. “1년이 몇 년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운을 뗀 정 의장은 “의석이 부족한 상태라서 과연 잘 통과될 것인가, 헌재는 어떻게 결정할까, 국가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등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추진했다”면서 “지나고 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의회주의가 법과 절차에 따라서 그 어려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_임기 초반 의장의 개회사를 문제삼아 새누리당이 불신임을 표출했는데, 당시 심경은 어땠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회주의자로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에 맞는 의회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뒤를 이을 국회의장들도 소속 정당이 아니라 국회의 대표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_남은 재임 기간 어떤 일에 매진할 것인가.

“우선은 개헌이 제일 큰 일이다. 국가의 최대 현안인 저출산ㆍ고령화 및 청년실업 문제 해결도 과제다.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미래연구원 같은 기구를 국회에 두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통령은 매월 국정수행평가에 신경을 써야 하고, 정부는 한달 한달이 급하고 기업은 1년 재무제표나 손익 때문에 단기 업적주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그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간의 역량과 정부의 공공역량을 집대성해서 장기적인 고민을 국회가 할 수 있도록 미래연구원의 내년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_임기를 마친 뒤 계획이 있다면.

“정말 국회의장을 잘 하고 싶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못 받아 슬프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국회의장이 희망사항이다.”

_내각제가 되면 총리후보 1순위로도 꼽히고 있다.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의장을 잘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장직 외에 다른 욕심을 부리는 건 온당치 않다.”

정리=박진만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누구

정세균 국회의장은 ‘미스터 스마일’로 불릴 정도로 원만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도 통한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의장은 어릴 적부터 소꼴을 베고 나뭇짐을 메야 할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인문계 고교 진학도 장학금을 받아서 겨우 할 수 있었다.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한 정 의장은 유신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1974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무역상사인 쌍용그룹에 취직해 국제감각을 키웠다. 15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해 전북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에서 내리 4선을 했고 19대 때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20대 총선 때까지 6선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장관도 역임했다. 2008년 민주당 대표에 당선돼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강한 야당 투쟁을 이끌었고, 2010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고려대 법학과 ▦고려대 총학생회장 ▦국회 예결위원장 ▦새천년민주당ㆍ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의장, 민주당 대표 ▦15~20대 국회의원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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