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2라운드 고비
한국당 “보이콧 불사” 강경 고수
국민의당 “조건부 반대” 당론
강경화 임명 강행 땐 파국 가능성
김상조·김동연은 ‘파란불’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가 하반기 여야 협치 정국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이어 8일 국민의당까지 반대로 돌아서면서 여권이 임명을 강행 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 붙을 수밖에 없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유보적 입장이라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최대한 야당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밤늦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당이 내놓은 중재안을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9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야당도 문제삼지 않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한국당은 세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여당과의 협상 여지를 원천 차단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넘기겠다는 전략이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세 분에 대해서 지명철회 등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한국당 입장에선 협치의 파국을 선언하는 것 이외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날 한국당에선 임명 강행시 국회 전면 보이콧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자리 추경안의 6월 국회 통과도 난항이 예상된다.
캐스팅보트를 자임하는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강경화 반대, 김상조 조건부 찬성, 김이수 유보’ 등을 당론으로 정했다. 각종 전제조건을 내걸고, 막판까지 입장을 모호하게 끌고 가면서, ‘여당 2중대’라는 꼬리표를 떼고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강 후보자에 대해선 여당에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채택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민주당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은 어렵게 됐다. 현재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22명 중 민주당은 10명으로 의결에 필요한 과반에 못 미친다.
김상조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이날 밤 국민의당이 요구한 김 후보자 부인의 취업 특혜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를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바른정당도 보고서 채택에 참여하되, 부적격 의견을 반영시키기로 했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선 유보 결정을 내렸으나, 호남 민심이 김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인 만큼 결국 통과시켜 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김 후보자의 경우 본회의 표결이 남아 있어 당론으로 찬성을 택하지 않는 이상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남은 강 후보자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공세가 지나치다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시험도 보기 전에 불합격시키려는 발상이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얼마나 무색하게 하는지 잘 돌아봐야 한다”며 “시험 보는 학생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시험 감독 선생님도 시험의 권위와 위상에 직결한다”며 야당의 대승적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밤 김상조 후보자 절충안 조율로 탄력을 받은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협상을 이어 가며 야당 설득 작업에 전력 투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분리시키는 대응으로 야당 단일대오 구성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당직자는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여론의 흐름에 따라 야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김정현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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