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된서리를 맞는 사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무대에서 위상 과시에 여념이 없다. 전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주요 2개국(G2) 정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8일 카자흐스탄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국이 주도하는 SCO가 정치ㆍ안보분야를 넘어 명실상부한 다자간 경제협력체로도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SCO 회원국 다수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회원국임을 감안해 중화경제권의 실질적인 확장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SOC 정상회의와 별도로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이유다. 2001년 출범한 SCO는 중국이 러시아의 협력 하에 중앙아시아 국가들 위주로 구성한 정치ㆍ안보협력체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항마 격이다.
시 주석은 특히 이번 SCO 정상회담을 중국과 본인의 국제적 위상 제고의 호기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정회원으로 승격시킨 게 단적인 예다. 경제ㆍ외교분야에서 자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를 포섭해내고 동시에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중재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두 나라의 참여로 중국은 SCO를 통해 남아시아ㆍ인도양ㆍ중동에 대한 실질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고, 이들 국가가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감안하면 직간접적으로 세계 안보체제에서 영향력도 배가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별도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카타르 단교 사태에 따른 중동지역 평화 정착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 역시 미국 대체제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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