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의회 의석 과반 차지
민주당, 탄핵 나서기 어려울 듯
8일(현지시간) 공개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의 증언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가 인정되더라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사법방해란 미 연방법에 규정된 범죄행위로, 사법기관의 조사 절차에 부정하게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다.
미 헌법은 대통령이 ‘반역, 뇌물수수,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를 저지른 근거가 있어야 탄핵 절차 개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안 발의 이후 진행되는 탄핵 과정은 이렇게 확보된 증거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에 모자람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현미경 검증도 3단계나 통과해야 해 최종 탄핵 결정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우선 탄핵안을 발의하는 의회 하원 문턱부터 넘기가 쉽지 않다. 하원 법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전체의 과반이 동의해야 상원으로 넘어간다. 현재 여당인 공화당이 전체 의석(435석)의 절반 이상(241석)을 점유한 하원 분포로 볼 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상원의 벽은 한층 높다. 한국처럼 헌법재판소가 없는 미국에선 상원의원들이 탄핵심판을 담당하는데 3분의2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원 역시 공화당이 100석 중 52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절차 탓에 앤드루 존슨ㆍ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상원에서 모두 탄핵안이 부결됐다.
마지막 단계는 연방대법원 심리. 대법원은 탄핵 절차의 합법성 여부만 살피므로 상원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종합하면 여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뜻 탄핵에 나서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선 구구절절한 사법 절차를 떠나 트럼프 탄핵의 진짜 변수는 ‘정치적 판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 혐의는 명백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미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우려해 정치권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시 암묵적 합의가 작동한 적이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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