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국가들 카타르 단교 이어
IS의 테헤란 무장 공격에 격분
군부 혁명수비대 나서 보복성명
“테러범 5명 이란 국적 IS대원”
이란, 범인, 이름ㆍ사진 공개
테헤란 의회와 이슬람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영묘에서 7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로 심장부를 저격당한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테러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출범 이후 대립각을 세워온 이란이 최근 미국의 거듭된 친 사우디 정책에 불만을 키워가는 와중에 수니파 테러집단의 공격이 가해지자 화를 터트린 것이다. 카타르와의 집단 단교로 뒤숭숭한 중동지역의 암운은 이에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이란 군부 핵심세력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테러 발발 후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사우디) 지도자가 만난 지 일주일 뒤에 발발한 것으로, 그들이 잔인한 테러의 배후에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란은 특히 사우디와 테러 발생 전부터 감정의 골이 깊었다. 양국은 서로를 테러 단체 지원국이라며 비난해왔다. 지난 5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가 “이란이 무슬림을 지배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사우디를 지킬 것”이라고 말하자, 이란이 다음날 즉각 “부왕세자가 파괴적인(destructive) 발언을 했다. 이는 사우디가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힐난한 게 대표적이다.
이란의 보복 다짐으로 중동 내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불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사우디 등 수니파 8개국은 친 이란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가 처음으로 이란 내 공격을 감행한 것을 두고는 IS의 쇠락과 관계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BBC는 “이란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공격받기 쉬운 나라임에도 불구, 그동안 IS가 지배한 영토와의 근접성 탓에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며 “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를 잃고 수세에 몰린 IS가 해외에서의 테러 수행에 눈을 돌리면서 새로운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이란을 향한 공격은 IS 추종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란은 ‘테러 지원국’ 이라며 손가락질받다 IS 테러의 피해자가 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강도 높은 봉쇄 전략에 대항해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1일 사우디를 방문, 이란이 극단주의 조직에 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테러 공격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 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이란 국민을 위해 슬퍼하고 기도한다”며 애도를 표하면서도 “테러 지원국들은 그들이 키운 악마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며 이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이란 정보부는 8일 테러범들이 IS에 가담한 이란 국적자라고 밝혔다. 이란 정보부는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 5명은 이란을 떠나 모술과 락까에서 IS를 위해 전투에 참여했다”고 확인한 뒤 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알라에딘 보루제르디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의장은 “호메이니 영묘에서 여성 테러범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보부는 이번 테러의 사망자는 17명, 부상자는 5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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