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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논쟁의 도시

입력
2017.06.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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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폐기된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바꾼 ‘서울로7017’에 대해 SNS상의 반응이 뜨겁다. 근래 이렇게 논쟁적이고 뜨겁게 타오른 건축 주제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호평과 혹평, 감상평이 다양하다. 내 페이스북에도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지만 호평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크다. 비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표현하기 때문일까? 어느 페친은 오픈 전부터 혹평을 쏟아내다가 서울로를 다녀온 뒤로는 더욱 흥분해서 목청을 높였다. 이해할 수 없는 직선적인 비난에 적잖이 불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숨기기 기능을 사용하고야 말았다.

비난의 포인트는 다양하다. 고가도로를 보행로로 바꾼 시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부터 설계에 대한 실망감(2등 안이 더 좋았다는 의미)을 토로하기도 하고, 콘크리트로 처리한 마감이 디자인으로 새로울 것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또 통로가 좁아 다니기 어렵다는 기능적 부분의 비판도 나온다. 도시 수목원으로 계획되었지만 그늘이 없다는 지적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인 것 같다. 도시를 이해하지 못한 행정가의 졸작이라는 심한 비평도 있다. 서울시장이 개인적인 치적을 위해 만들었다는 지적도 많고 세금 낭비라는 말도 자주 등장한다. ‘서울로 7017’이라는 명칭에 한 디자인 전문가가 제기한 논란은 여러 차례 공유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이런 글들을 계속 읽으면 경험해보기도 전에 서울로가 싫어질 듯하다. 두통도 살짝 온다. 이럴 때는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게 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와! 서울에 이런 풍경이 있었네!” “옛날 서울역을 이렇게 온전히 볼 수 있다니 너무 멋지다!” 이런 반응은 내가 어느 저녁 서울로의 중간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서 들었던 이야기다. SNS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관찰하고 걷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신선했다. 다들 얼굴 찌푸리며 움츠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늦은 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느린 걸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이곳 저곳에 앉아 서울역사의 불빛을 배경 삼아 낭만적인 표정을 짓는 사람들. 나도 그들 옆에서 옛 서울역사의 모습을 온전히 감상하며 한참 머물렀다. 왜 이런 이야기는 페북에 잘 안 올라올까. 역시 즐거운 사람들보다 비판적인 사람들이 더 부지런한 것일까.

개인용도로 짓는 건물이 아닌 공공건축물은 비난과 칭찬이 공존한다. 특히 과감하고 독특한 건축물은 더 강한 혹평이 따라다닌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디자인은 논쟁을 비껴간다. 한때 광풍이 몰아치듯 관공서 청사 공모전이 열려 엇비슷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우후죽순 지어졌다. 호화청사라는 비용 논란 외에는 디자인 논쟁은 별로 없었다. 좋은 디자인인가, 아닌가에 대해 일반인들도 무심했다. 뉴타운의 아파트 단지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을 보자. 도시정책이나 부동산정책에 대한 쟁점들은 있었지만 디자인이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다. 규모로 보면 아파트만큼 공공성이 다분한 건축물이 또 있을까. 디자인이 훌륭해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나 서울시청사는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디자인에 대한 비난, 시공과정상의 문제, 문화재 지역에 대한 관점 등등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페북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건축적 시도를 옹호하고 즐겁게 바라보자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비난의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논쟁이 발생하는 것이 오히려 즐겁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러한 건축적 논란은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보통의 시민들도 건축을 더 많이 말하면 좋겠다. 서울로를 둘러싼 논쟁을 보노라면 도시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정구원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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