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생계형 업종 진출 차단
위반 땐 이행 강제금 부과 검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지원 대책이 8일 윤곽을 드러냈다.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료 상승으로 세입자가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제도적 보호와 금전적 지원이 골자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소상공인 단체장과 정책 간담회를 갖고 “저임금 근로자의 어려움 해결도 시대정신이지만,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관련 대책을 언급했다. 우선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료 인상 한도를 연 9%에서 5%로 낮추고,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까지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0.8%의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영세가맹점의 기준을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넓히고, 1.3%인 중소가맹점의 기준도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영세 음식점의 세금 부담도 완화한다. 음식점의 식재료 구입비에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고 자동차와 미술품 등의 거래에는 매출에서 비용을 제하고 남은 이익에 부가세를 매기는 마진과세 제도를 적용, 관련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매입가를 조작하기 쉽다는 이유로 정부가 임의로 정한 비율만큼 부가세를 냈다. 또 ▦자영업자 고용보험 지원 ▦소상공인 자영업자 교육비ㆍ의료비 세액공제 ▦골목상권 전용화폐 확대 등도 준비 중이다.
친(親) 중소기업 정책도 새로 생기는 중소기업벤처부를 통해 추진될 전망이다. 대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안이 검토된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이 요구한 ‘복합쇼핑몰 영업 및 입지제한’을 위한 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참석자 일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별ㆍ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일자리위원회 측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자리위원회는 전문가와 각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대책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한편 이 부위원장은 간담회 후 “문재인 정부는 속 좁은 정부가 아니다”라면서 “일자리와 관련해서 만나길 원하는 단체는 다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정부와 갈등이 빚어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들과 잇따라 만난 데 이어 이달 안에 대한상공회의소, 양대 노총, 무역협회뿐 아니라 경총과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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