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연 결정에 대해 마지못해 원론적 동의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저변에서의 불만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게스 로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전면 배치 시기를 늦추기로 한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해,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고, 철회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공식 입장을 믿는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사드 배치 절차 내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장비 추가 배치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주한 미군이 5월에 ‘사드가 작동 중이며,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의 이날 언급은 사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 조율과정에서 ‘배치 철회가 없다’는 점을 확약받는 선에서 배치 지연에 동의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라는 특수성을 감안, 미국 행정부는 한국 결정을 마지못해 수용했지만 의회와 언론 등의 분위기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방한 기간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이견을 보였던 딕 더빈(일리노이)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상원 세출 소위의 육군예산 청문회에서 “사드는 명백히 한국 국민과 그곳에 있는 우리 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9억2,300만 달러짜리 사드를 제외할지 말지에 관한 문제가 정치적 논쟁이 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고 주장했다. 더빈 의원은 이날 정치전문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어청장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진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연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링 청장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지난 6개월간 나타난 북한 탄도미사일의 기술적 진전은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우리로서는 이제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에 도달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의 케이스 브레셔 상하이 지국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결정을 소개하며, “베이징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 이 조치 때문에 한미 간 긴장이 야기되고 대북 공조에도 금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사드 조치는 부분적으로 중국에 대한 양보로 보이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직접적인 무시이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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