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 내 한국 담당 조직
첩보 나누며 도피범 2명 검거
국내로 호송까지 직접 해 줘
2012년 9월 오모(31)씨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콜센터를 차리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시작했다. 이듬해 7월까지 금융기관 사칭 수법으로 한국인 5,716명에게 뜯어낸 돈은 약 37억원. 경찰이 국내 조직원들을 속속 검거했지만, 정작 주범인 오씨 신병은 확보하기 어려웠다. 오씨는 다른 나라 출입국기록은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려, 2015년 2월 캄보디아를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소모(39)씨 역시 외국을 도피처로 삼았다. 그는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쳐서 돌려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2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자 몰래 해외로 달아났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 받아 이들의 소재를 추적한 뒤에야 모두 베트남에 있다는 걸 파악했다. 마침 베트남엔 도움을 청할 ‘코리안 데스크’가 있었다. 코리안 데스크는 국내 경찰과 핫라인을 유지하며 양국 간 치안을 협력하고, 도피사범 송환, 국제공조수사 등을 위해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여기엔 한국어 특채자 2명을 포함해 현지 공안 4명이 속해 있었다.
이들은 주호찌민대한민국총영사관에 파견된 한국 경찰들과 함께 현지 체류 한국인들을 탐문해 나갔다. 국내 경찰은 첩보를 전달하고, 베트남 공안은 직접 탐문하는 식으로 양국이 수사정보를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갔고, 결국 오씨는 올 1월, 소씨는 5월 호찌민에서 검거됐다. 현지 여성과 결혼하는(오씨) 등 베트남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했던 이들의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현지 공안은 피의자들의 국내 송환에도 적극 협조했다. 해외 도피사범을 국내로 소환하기까지 보통6개월 정도 걸리는데, 오씨와 소씨 송환은 그보다 빨랐다. 올 4, 5월 열린 양국 경찰협력회의에서 “한국 범죄자 송환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는 한국 경찰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오씨와 소씨는 8일 오전 6시4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으로 호송됐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현지 경찰관(5명)이 베트남 국적기를 타고 타국 범죄자를 직접 호송까지 한 건 처음”이라며 “코리안 데스크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