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 의약품을 많이 처방한 의사에게 해외 학술대회 참가 경비를 제공하는 등 학회 지원을 부당한 판촉 수단으로 활용한 다국적 제약사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한국노바티스가 해외 학술대회 참가경비 지원을 명목으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행위에 대해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노바티스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tis)의 한국 법인으로 글리벡(백혈병), 엑셀론(치매) 등 다수의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가 해외 학술대회 관련 제약사의 위법 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총 381회의 학술대회에 참가한 의료인에게 총 76억원의 경비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바티스는 자사 제품의 처방실적이 우수하거나, 향후 처방량 증대가 기대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학술대회 지원대상 의사를 직접 선정한 뒤 학회를 통해 이들이 지원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관리했다. 현행 제약 분야의 공정경쟁규약은 제약사가 의사들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경비를 지원할 때 참가자 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유영욱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제약사가 학술대회 후원 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학회’이며 실제 어떤 의사가 학술대회에 참여할지는 학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할 일”이라며 “학술대회 참가자 선정에 직접 제약사가 관여한 것은 학술대회 지원을 부당한 판촉수단으로 활용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공정위는 해외 학술대회 지원이 제약사의 고객유인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약사법이 순수한 학술 목적의 해외학회 지원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등 제약사의 학술대회 지원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다”며 “해외학회 지원이 본래 취지에 따라 의료ㆍ제약 분야의 학술활동을 장려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