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야산을 돌며 천막 하우스를 열어 수십억원대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거액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 등)로 45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김모(38)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김씨 등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충남천안과 아산, 당진, 예산의 야산 중턱에 천막을 치고,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장을 열거나 상습적으로 도박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리짓고땡은 화투 20장을 5매씩 4패로 나눠 이 가운데 딜러와 총책이 선택한 패를 제외한 나머지 패에 도박참여자가 돈을 걸고 10이나 20을 맞춰 끝자리 수가 높은 패가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도박이다.
이들은 범행은 치밀했다. 김씨 등 하우스 개설자들은 창고장(총책)과 마개(패를 돌리는 역할), 상치기(판돈 수거ㆍ분배), 문방(망 보는 것), 전주(도박자금 빌려주는 역할), 무수리(간식 판매), 선수(도박참여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도박판을 벌였다.
도박장은 차량이 오가기 어렵고 인적도 드문 야산을 옮겨 다니면서 대형 천막을 설치해 만들었다. 도박하는 사람은 모집책이 전담해 모았고, 중간 집결지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승합차로 도박장까지 실어 날랐다.도박장에 가는 길은 외부인 접근을 막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문망을 세웠다.
경찰은 이런 수법으로 운영한 도박장의 판돈이 3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 판에 100~500만원씩 하루 100여판 넘게 도박이 이뤄졌고, 이렇게 13일 동안 하우스가 운영된 것을 계산한데 따른 것이다.
도박장을 개설이나 참여한 사람 가운데 이모(65ㆍ여)씨 등 주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이나, 경기, 경남 등지에서 원정까지 온 도박참여자들도 상당수였다.
경찰은 도박장 운영자들과 짠 조직폭력배들이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연 520%에 이르는 이자를 챙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정주부가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5개월 여간 탐문과 잠복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26일 충남 아산 모 야산의 도박현장을 급습해 4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판단 3,700여만원과 무전기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자금을 대여한 조직폭력배들의 자금출처 등을 수사해 다른 조직폭력배의 개입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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