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기술
이반 이스쿠이에르두 지음ㆍ김영선 옮김
심심 발행ㆍ235쪽ㆍ1만4,000원
“그는 푸네스가 사고에는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고하려면 일반화를 위해 망각해야만 한다.” 보르헤스가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다 써둔 말이다. 기억력 강화법은 많으나 망각 강화법은 없다. 기억은 좋고, 망각은 나쁘다 생각해서다. 허나 더 좋은 사고를 위해서는 망각도 소중하다. 해서 저자는 정보통신(IT)기기 때문에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얘기에 코웃음 친다. “자잘한 건 기계에 입력해두라! 기억은 다른 큰 일에 쓰라!”
포인트는 두 가지. 하나는 기억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기억은 뇌의 어떤 장소에 저장되는 게 아니다. 뉴런간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저자는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그걸 ‘세포 단위에 응고된 기억’과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시스템에 응고된 기억’으로 나눠 찬찬히 설명한다. 또 하나는 그렇기에 ‘파블로프 개 실험’으로 널리 알려진 조건반사를 무시 말라고 한다. 세포ㆍ시스템 단위 기억별로 조건반사 기법은 적용 가능하다. 물론 주의점은 있다. 검증한답시고 남 티끌 기억하고, 내 대들보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좋은 기억력을 필요로 한다”고 못 박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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