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석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8일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고 위원장 직무대행 퇴임으로 방통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방송통신 정책 등을 총괄하는 방통위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1명만 남게 돼 위원회 회의조차 소집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방통위 등에 따르면 고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퇴임식을 하고 물러난다. 고 직무대행이 퇴임하면 방통위 상임위원으로는 자유한국당 몫으로 지난 3월 연임이 결정된 김석진 위원만 남게 된다. 최성준 전 위원장은 4월 8일, 김재홍 전 부위원장은 3월 26일 각각 임기만료로 퇴임했으나 아직 후임이 결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지명 몫인 이기주 전 위원 후임으로 지난 4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김용수 위원은 지난 6일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발탁되면서 위원 자리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대통령·여당 몫 3명, 야당 몫 1명의 후임 인선만 기다리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방통위법은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 상임위원 1명만 남은 현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통위 업무는 불가능하다.
방통위 업무 차질은 이미 현실화했다. 방통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었으나 김용수 전 상임위원이 차관으로 발탁되면서 회의를 취소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도 방통위가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명되자 정권교체를 앞두고 ‘알박기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또 김용수 위원이 미래부 차관으로 발탁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이 일제히 ‘언론장악 음모’라며 비판에 나섰다. 김 차관 발탁으로 공석인 방통위 상임위원 4명 중 3명을 대통령ㆍ여당이 지명할 수 있게 돼 방통위가 3대2로 여당 쪽에 우세한 지형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 당 몫의 상임위원을 추천하더라도 실제 임명은 2주 뒤인 22일 이후에야 가능하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9일 최고위 심의를 거쳐 민주당 몫 상임위원을 확정키로 했으며, 국회 본회의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국민의당 몫의 상임위원 추천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고 직무대행 후임으로 지난달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추천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 등으로 추천 여부를 다시 논의 중이다.
특히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통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방통위 업무 완전 정상화는 7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 문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과 연동돼 있어 업무가 정상화 되더라도 이를 둘러싼 여여 간의 치열한 신경전과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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