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수발… 약 200㎞ 비행
문재인 정부 출범 뒤 5번째 도발
북한이 8일 아침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5번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다.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추구하는 미사일 다종화(多種化)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정밀도가 높은 대신 속도와 파괴력이 떨어진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아침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비행거리는 약 200㎞”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미사일을 포착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합참은 보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고 파괴력이 약한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은 지금껏 일일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사된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지대함 미사일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미사일은 발사관 4개를 갖춘 궤도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돼 열병식에 등장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29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을 쏜 지 10일 만이다. 당시 북한은 발사 이튿날 공식 매체를 통해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이 미사일은 스커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ER급 미사일에 각종 보조장치를 달아 정밀도를 높인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로 분석됐다.
북한이 ASBM 시험 발사에 이어 이번에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한반도에 접근하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 해군 함정에 대응하려는 의도라는 게 우리 군의 분석이다. 현재 북한은 원거리에서 움직이는 한미 해군 함정을 파괴하기 위해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가 높은 지대함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번을 포함해 5차례다. 북한은 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1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5월 21일),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5월 27일), 스커드 개량형 ASBM(5월 29일) 등을 잇달아 쏴 올렸다. 다양한 사거리와 용도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무력을 과시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에 대한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의 다종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는 것은 핵ㆍ미사일을 포함한 무력 강화로 체제 유지를 도모하는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위로 풀이된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관련 동향을 추적 및 감시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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