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 안녕하세요 원근씨.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1박2일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요새는 공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찌든 몸과 마음을 싹 씻고 올만한 곳이 없을까요? 조용한 곳이면 더욱 좋구요.
답변 : 마음까지 맑아지는 곳으로 강원도 양구를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양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에요. 요즘은 ‘청춘 양구’라고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를 하고 있어요. 이 곳에 가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하네요~. 이제 날씨가 더워지는데 시원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와 자연 그대로의 관광지를 소개하려고 양구를 택했습니다.
자 그럼 한반도의 배꼽인 양구의 여행지를 소개해드릴게요~.
양구는 소양강댐이 생기면서 가는 길이 거의 차단된 오지였어요. 그래서 한때는 차로 가는 것보다 배를 타고 가는 게 더 빨랐습니다. 배로 40분 정도 걸렸는데 차로는 1시간이 넘게 걸렸었거든요. 이제는 추억의 ‘쾌룡호’가 되어버렸답니다. 지금은 길이 새로 뚫리면서 교통이 엄청 좋아졌고, 가기 쉬운 청정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두타연 계곡입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는데 2006년에 일반에 개방된 곳입니다. 50년간 군인 이외에 사람들이 가지 않던 계곡이고, 지금도 군부대에서 관리해 천연 원시림을 느낄 수가 있는 계곡입니다. 군부대에서 출입허가증을 받고 들어가야 하는데, 개방 당시에는 굉장히 살벌하게 검색을 했지만 지금은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거의 안 다니던 곳이라 처음 개방했을 때는 노루를 만난 적도 있고, 이동 통로 외에는 지뢰밭이라고 되어 있어서 비무장지대에 온 듯한 묘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 이곳에서 금강산까지 32킬로밖에 안 된다는 말에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을 흐르는 수입천도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이 엄청 맑고 깨끗하고 차가워요. 수입천은 우리나라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숲길이나 계곡 길을 다닐 수 있게 덱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길만 따라 가면 안전하지만, 지뢰밭 옆 원시림을 걷는 느낌과 ‘자연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미지의 세계에 온 듯한 기분도 듭니다. 마치 전쟁 통을 헤매다 알게 된 멋진 계곡 같은.
다음은 해안마을을 알려드릴게요. ‘펀치볼(Punch bowl)’마을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펀치로 땅을 쳐서 움푹 파인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불러요. 그런데 바다도 없는 산골이 왜 해안마을일까요? 마을은 화산 분화구처럼 움푹 파여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늪처럼 축축한 땅이었다고 하네요. 뱀이 너무 많아서 주민들이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떤 스님이 나타나서 돼지를 키우면 편안하게 살수 있을 것이라 했답니다. 스님의 말대로 돼지를 키웠더니 이 돼지들이 그 많던 뱀들을 잡아먹으면서 마을에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돼지 해(亥)자에 편안할 안(安)자를 써서 해안마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최전방 민간인 마을이지만, 민간인이 자유롭게 다닌 지 오래되지 않아서 이국적인 숲을 간직하고 있어요. ‘해안마을 DMZ펀치볼 둘레길’은 한번쯤 걸어 볼만 합니다. 을지4땅굴과 을지전망대도 있습니다. 을지4땅굴은 전동차를 타고 땅굴 안을 경험할 수 있어요. 또 을지전망대에서는 금강산이 훤하게 보여 신기하기도 합니다. 해안마을을 가기 전에 대암산 도솔령에 전망대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 곳이 우리나라 인가 싶어요.
세 번째는 광치령 자연휴양림이에요. 이 휴양림은 정말, 진짜 딱 입구에 들어섰을 때 ‘숲이다, 여기가 숲이구나’란 생각이 드는 깊은 휴양림입니다. 미세먼지란 단어는 생각도 할 수 없고요, 계곡도 좋아서 아이들과 놀기도 좋은 곳입니다. 옹녀폭포까지 왕복 트레킹 길은 어렵지 않아 누구든지 걸을 수 있답니다. 2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다녀 올 수 있어요.
그 이외에도 양구에는 박수근미술관이 있어요. 굉장히 잘 만들어놓아서 아이들과 둘러보면 좋을 거 같구요~. 매년 ‘배꼽축제’를 여는데 강 한가운데에 한반도 모양의 섬을 만들어서 행사를 하고 있어요. 선사박물관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지금처럼 더울 때 가면 좋은 것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늪’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보존된 늪이고 세계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귀한 곳이라고 하네요. 최근 일반에 공개를 했다고 하는데 저도 아직 못 가본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여행의 마무리는 먹거리죠.
원래 양구는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었어요. 다 산이고 계곡이고 해서. 그런데 웰빙이랑 말이 생기면서 이 곳이 아주 특별한 곳이 되었죠. 산나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가장 유명한 게 곰취입니다. 매년 5월 곰취축제를 할 정도로 산나물이 유명한 곳이죠.
쌀도 엄청 맛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철원 쌀과 양구 쌀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밑반찬으로 양구 산나물이 나오고, 양구 쌀로 지은 밥이 나오기 때문에 양구에선 어느 식당을 가셔도 다 맛있는 것 같더라구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쌀 사실 때 어디 농협인지 잘 보고 사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철원은 동송농협, 양구는 양구농협 쌀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햅쌀이 나올 때 그곳 쌀을 바로 사기도 합니다. ^^) 양구는 또 북한강이 감싸고 도는 곳이라 민물고기 매운탕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이 번 주말 서울에서 가까워진 맑고 깨끗한 양구로 한번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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