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 '봄'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신인 여배우. 이유영의 등장은 파격과 신선함 사이에 있었다. 노출신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화제가 됐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재빠르게 얼굴을 바꾸며 새로운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표독스러운 인물부터 선하고 차분한 현대여성까지 이유영의 연기는 도전과 함께했다.
첫 드라마 데뷔작인 OCN '터널' 또한 궤를 함께한다. 극 초반 사이코패스를 의심케 하는 서늘한 모습과 최진혁-윤현민과 함께 수사를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면모는 기존 장르물의 여성 캐릭터와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대본을 읽자마자 정말 재밌어서 빠져들었어요. 역할 자체가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더라고요. 어려울 것 같긴 했는데 기존의 장르물에서 보호받던 여자들의 모습과는 달리 무감각한 인물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겼었죠."
이유영이 분했던 신재이는 캐릭터의 전사가 모두 밝혀지기 전 무표정한 모습과 범죄에 대한 남다른 접근방식 때문에 살인자가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후 사고로 기억을 잃고 상처를 입은 최진혁의 딸이라는 것이 밝혔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초반에는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았어요. 호감으로 보이기 어려운 캐릭터였잖아요. 살인범으로 오해받기도 했죠. 저는 그런 면이 재밌겠다 싶었는데 막상 무섭게 나오니까 신재이 캐릭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댓글을 보면서 흔들렸어요. 부드러운 여자처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잡아주시더라고요."
이유영은 범죄심리전문가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등 외모에서부터 변화를 꾀했다.
"신재이가 가진 예민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처음에 감독님이 단발을 제안하셨어요. 저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죠. 맨날 긴머리면 재미 없잖아요.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싶거든요. 캐릭터에도 잘 맞는 것 같고 자르길 잘한 거 같아요. 언젠가는 숏커트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계에서는 제법 얼굴을 알린 배우지만 이유영에게 '터널'은 첫 드라마 도전작이기도 했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영화와 드라마가 큰 차이가 없어요. 환경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드라마는 아무래도 스피드해요.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없죠.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가 필요했어요. 체력적으로도 좀 더 힘이 들더라고요. 반면에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는 게 재밌었어요. 어제 찍은 장면은 오늘 방송으로 본다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죠."
또래인 최진혁과 부자 케미를 과시한 것 또한 이유영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타임슬립을 한 최진혁과 수사를 돕던 이유영이 아버지와 딸이라는 인연으로 얽혔고, 두 사람의 관계는 드라마를 증폭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도 최진혁 오빠를 아빠로 보기 힘든데 시청자들이 이입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게도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거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일단 아빠라고 믿자 그거 밖에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진혁오빠도 저를 딸이라고 불어주기도 하고 현장서도 잘 챙겨줬어요. 다행히도 시청자들이 가슴 아파 해주고 이입 해주더라고요. 그게 드라마의 힘인 것 같아요."
이유영은 '터널'을 통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을 알게 됐다. 함께 호흡하고 시청자들과 울고 웃으며 '터널'을 지났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터널'의 흥행을 확신했던 건 아니라고.
"사실 잘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꼭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건 저뿐만이 아니었어요. 다들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었죠. 근데 진혁오빠는 확신이 있었어요. 무조건 잘 될거라고 했었죠.(웃음)"
'터널'이 종영하자 이유영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범죄심리전문가가 됐다. 특히 그는 일상에서도 범죄 관련 지식을 뽐낼 만큼 학문적으로도 몰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자문을 해주시는 박지선 교수님께 관련 지식을 많이 얻었어요. 저도 인터넷과 책을 통해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에 대해 알아봤죠. 처음에는 무섭고 으스스하더라고요. 그들은 정말 일반인들과는 뇌구조부터 달라요."
즐거웠던 첫 드라마 도전이었던 만큼 이유영은 '터널'의 시즌2 출연에도 긍정적이었다.
"시즌2에 출연할수있다면 너무 감사하죠. 여러 방향으로 풀 여지가 많은 드라마에요. 과거로 인해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도 너무 궁금해요."
매번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성숙의 단계를 거쳤던 이유영은 차기작으로 달콤한 로코 욕심을 내비쳤다.
"신재이는 강하고 센 인물이었잖아요. 그동안 그런 인물을 많이 보여줬던 거 같아요. 이제 빈틈도 많고 편안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요. 달달하고 달콤한 로코도 좋고 코믹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자신 있어요!"
명희숙 기자 aud6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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