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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5년후 완치 판정 받으면 정부 지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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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5년후 완치 판정 받으면 정부 지원 뚝

입력
2017.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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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이 5년 이상 생존

본인 부담 최대 60%까지 치솟아

6~10년 사이 재발 환자 많아져

“관리 시스템 부실해 방치” 지적

“/그림 1 암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해 완치 판정을 받은‘암 경험자’들이 사후 관리 체계 부실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병원 암센터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림 1 암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해 완치 판정을 받은‘암 경험자’들이 사후 관리 체계 부실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병원 암센터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모(당시 52세)씨는 10년 전인 2007년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라 종양 부위를 제거하는 것으로 치료는 종료됐다. 항암치료도 필요치 않았다. 이씨는 수술 후 6개월에 한 번씩 꼬박꼬박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5년 뒤인 2012년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별 다른 증상이 없는데다 검사비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던 이씨는 2015년말부터 계속 체중이 줄고 복부 통증이 잦아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난해 1월 다시 병원을 찾은 이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암세포가 폐에 전이됐다는 진단이었다. 이씨는 그해 6월 사망했다.

암 환자들에게 ‘5년 생존’은 ‘완치’의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계에서 성인 암 환자의 경우 5년간 생존하면 그 이후 생존곡선이 거의 평탄해져 사실상 완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생존율’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짙은 그림자도 만들고 있다. 5년 이상 생존한 암 경험자들이 사후 관리 체계 부실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암 정책이 5년 생존율 향상에 집중돼 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최근 20여년 새 거의 2배 가까이 높아졌다. 1993~95년 41.2%에 불과했던 5년 생존율은 2010~14년 70.3%로 치솟았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완치’ 판정을 받는다는 얘기다. 현재(2014년말 기준) 생존해있는 암 경험자가 총 150만명에 육박(146만4,935명)하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4.9%(65만8,155명)가 5년 이상 생존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통계도 있다. 의료기술 발달과 조기 검진 확산으로 암 치료 성공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5년 생존에 성공했다 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재발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방암이 대표적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 전체 재발률은 30.5%에 달한다. 재발 환자 3명 중 2명 가량(21.6%P)은 수술 5년 내 재발하지만, 6~10년 사이 재발하는 이들도 3명 중 1명에 육박(8.9%P)한다. 위암 역시 5년을 넘어섰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통계가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위암센터에 따르면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1,299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20.5%(266명)가 암이 재발했으며 이중 5년 이후 재발률도 8.6%(23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5년 이후 뚝 끊긴다는 점이다. 암 환자가 ‘중증질환자 산정특례’로 등록하면 5년 간 진료와 검사 시 본인부담금을 5%만 부담하면 된다. 입원비 역시 본인부담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확 달라진다. 외래 진료와 검사 비용의 본인부담금 비율이 병원 종류별로 30~60%로 치솟고, 입원비 역시 20%로 높아진다. 물론 5년이 지나서도 완치가 안되고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경우, 5% 본인부담을 연장할 수 있지만 완치 판정이 나면 부담이 대폭 커지는 것이다.

예컨대 산정특례 암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비는 8,500원이지만 산정특례 종료 뒤에는 10만3,000원으로 올라간다. 자기공명영상(MRI)은 1만9,600원에서 23만5,900원으로, 양전자 단층촬영(PET)은 3만8,500원에서 46만3,000원으로 검사비가 폭등한다. 7년 전 자궁암 수술을 받은 윤모(72)씨는 “5년간 큰 부담 없이 진료와 검사를 받다가 산정특례 종료 뒤 불어난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친구들 중에도 암 경험자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대형병원들 역시 5년 이상 생존자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방암이 재발해 가슴을 완전 절제한 홍모(66)씨가 그런 경우다. 홍씨가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건 쉰을 갓 넘긴 2002년 6월.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나고 몸이 무거워 대학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가슴에 0.2mm 종양이 발견됐다. 종양 크기도 작고, 유방암 초기단계인 유방 상피내암이라 부분절제를 통해 종양을 제거했다. 그 후 5년간 3~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았고, 2007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이제 1년에 한번 병원에 오면 되지만 여기는 환자가 많으니 가급적 동네병원에서 관리하라”고 권했다.

동네병원에서 암 관리는 쉽지 않았다. 홍씨가 찾은 병원 의사는 유방촬영을 다른 영상의학과의원에서 해오라고 했고, 돈과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 2013년 또 다시 몸에 이상을 느낀 홍씨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다시 왼쪽 가슴에 종양이 발견됐는데 종양크기가 4cm나 됐다. 의사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완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홍씨는 “암 수술 후 5년만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다시 암에 걸렸다”며 “병원에서 제대로 관리를 받았으면 최악의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암 경험자 관리를 위해 정부도 뒤늦게 나서고는 있다. 국립암센터와 더불어 전국 6개 지역에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를 만들어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통합지지센터는 ▦전남(화순 전남대병원) ▦전북(전북대병원) ▦충북(충북대병원) ▦경남(경상대병원) ▦강원(강원대병원) ▦제주(제주대병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암 경험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2008년 갑상선암을 치료했으나 2014년 폐암에 다시 걸린 박모(52)씨는 “암 경험자들은 자기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관리를 받고 싶어 한다”며 “차라리 5년 이상 생존한 암 경험자에 한해 CT나 MRI 등에 대한 본인부담비율을 낮춰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암 경험자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들이 나온다. 대학병원의 한 종양내과 의사는 “아무리 조기에 암을 진단해 치료하더라도 재발 암이나 2차 암을 막지 못하면 암 환자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에 대한 주문들도 나온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암 경험자에 맞는 검진 프로그램과 함께 금연, 영양상담, 운동, 만성질환 관리 등 암 경험자 맞춤형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 암 경험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순(65)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유방암 환우회(가유회) 회장은 “병원별 유방암 수술 후 재발률 공개와 함께 환자 관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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