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호/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두산 정진호(29)에게 '2017년 6월7일'은 쉽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그는 "오늘은 오늘로 잊어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그가 작성한 역대 최소 이닝(5이닝)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됐다.
정진호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일 삼성전 이후 35일 만의 선발 출장이다. 주전 외야수 박건우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이날 경기에서 빠지지 않았다면 잡기 어려웠던 기회였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서 정진호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펼쳤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우규민에게 좌원 2루타를 때려내며 출발을 하더니 2회말 2사에서는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터트렸다. 정진호의 방망이는 쉼 없이 돌았다. 4회말 1사에는 중전 안타를 쳐냈고, 7-7로 맞선 5회 2사 1루에서는 바뀐 투수 최충연에게 결승 우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누구보다 빠르게 대기록을 완성했다. 정진호는 4타석 만에 2루타-3루타-안타-홈런을 모두 기록하면서 KBO리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4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것은 정진호가 여섯 번째지만 5이닝 만에 작성한 건 역대 처음이다. 종전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는 6회로 1982년 오대석(삼성) 등 4차례가 있었다.
'백업' 정진호의 방망이에서 나온 기록이라 더 특별하다. 유신고-중앙고를 졸업하고 2011년 5라운드 38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정진호는 기대를 많이 받은 외야 자원이었다. 상무 소속이던 2014년에는 퓨처스 남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1,2군을 오르내리면서 이날 경기 전까지 23경기에서 나와 타율 0.233(43타수 10안타) 2홈런 5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내로라 하는 타자들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숨겨진 가치를 마음껏 드러냈다. 이날 정진호는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추가하면서 5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경기를 펼쳤다. 종전 3안타가 한 경기 최다 안타였던 정진호의 생애 첫 5안타 경기였다.
정진호의 기록으로 두산은 다시 한 번 '화수분'을 입증했다. 두산은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사이클링 히트 타자를 배출한 팀이다. 삼성도 5차례 사이클링 히트가 나왔지만 양준혁이 두 차례 달성해 총 4명의 타자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더욱이 KBO리그에서 2010년대 들어 나온 9차례 사이클링 히트 중 3차례가 두산에서 나왔다. 2015년 오재원과 2016년 박건우, 그리고 정진호가 대기록을 쓰면서 두산의 두터운 야수층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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