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장이 근무하던 학교의 도서관 명칭을 자신의 자녀와 같은 이름으로 지었다가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취소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교장은 자녀와 무관하게 관계자들과 논의해 절차를 거쳐 명칭을 정했다고 해명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경솔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A교장은 2014년부터 신도심 내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새로 개관한 학교 내 도서관 명칭을 자신의 자녀 이름과 같게 지었다. 다른 학교를 다니던 A교장의 자녀는 이듬해 3월 초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부모들은 2015년 5월 학교를 방문해 항의하고, 시교육청에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교육청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문제가 커지자 A교장은 “학부모들이 희망하면 도서관 명칭을 변경하겠다”며 도서관 간판을 철거했으며,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최근 세종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육 현장의 원성이 자자하다.
신도심 한 학부모는 “요즘 세상에 자기 자식의 이름을 따서 도서관 이름을 지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학교와 학생들을 책임지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교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교장은 “학교 개교 준비 T/F에서 도서관 명칭을 논의해 정했을 뿐 자식 이름을 일부러 도서관 명칭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근 학교에서도 도서관에 비슷한 명칭을 썼고, 딸이 전학오기 전에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민원을 접수해 학교 측에 확인, 보고를 받은 뒤 명칭 변경과 딸 전학조치 등이 이뤄져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A교장과 시교육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특히 명칭 결정 시기와 자녀 전학 시기의 차이, 인근 학교 도서관 명칭을 따왔다는 해명 등은 선뜩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인근 학교의 도서관 명칭과 다르게 명칭을 정하는 게 상식적인데, 오히려 벤치마킹해 비슷하게 지었다는 게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딸 전학 시기 해명에 대해서도 “자녀 전학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또는 도서관 명칭 선정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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