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북 군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중간 유통상, 재래시장 등 방역이 취약한 ‘간접 경로’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전북 군산(1건), 익산(2건), 전주(1건), 임실(1건), 부산(1건) 등 AI 의심 신고 6건이 추가로 접수됐다. 군산과 익산, 임실 4건은 모두 양성으로 ‘H5형’이 검출됐다. 진원지로 추정되는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지난 2일 시작된 AI가 삽시간에 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군산 농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농가들에서도 의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6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전북 익산 토종닭 농가와 완주 토종닭 농가는 ‘2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차 감염은 진원지에서 1차 감염된 중간 매개체가 다른 장소를 방문해 2차로 감염을 확산시키는 걸 말한다. 익산과 완주 농가는 진원지인 군산 오골계 농장과 자주 거래한 중간 유통상에게서 토종닭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군산, 익산의 토종닭 농가도 각각 해당 지역의 재래시장에서 닭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익산의 청둥오리 농가도 구매처가 불분명해 중간유통상을 거쳐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유통상이 AI의 매개체인 경우 여러 농가를 방문하거나 재래시장을 드나들어 이미 같은 공간에 있던 가금류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우려도 적잖다.
특히 AI가 확산되고 있는 익산은 발원지 군산과 인접한데다가 총 157개 농가가 610만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국 최대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의 본사와 대규모 위탁 농가들이 밀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살처분 마릿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에서 첫 사례가 발생한 후 7일 기준 66농가 17만6,100마리가 살처분됐다. 올 겨울 발생한 AI로 인한 살처분 규모는 지난달까지 946농가 3,787만마리에 달했다. 재발한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간신히 생산 기반을 확대해 나가던 농가들의 피해는 더 막대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규모 농가로 AI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방역이 취약한 10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수매ㆍ도태(가금류를 구매해 도살한 뒤 비축하거나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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