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의 실패가 런던의 동메달을 만들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48) 전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모두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무대다. 원래대로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1987년생, 런던 올림픽은 1989년생들이 참가하는 게 맞다. 하지만 홍 감독은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1989년생들을 중심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멤버를 꾸렸다. 2년 뒤 있을 런던 올림픽을 내다보고 이들이 좀 더 많은 국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8ㆍ전북 현대), 홍정호(28ㆍ장쑤 쑤닝) 등 지금 성인 대표팀의 주전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다. 반면 1987년생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박종진(30ㆍ인천), 이상호(30ㆍ서울) 등 1987년생 중 쟁쟁한 멤버들은 하루아침에 아시안게임의 꿈을 접어야 했다.
홍명보호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치며 목표로 했던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적지 않은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 1989년생들이 주축이 돼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동메달의 새 역사를 쓰면서 비판은 쑥 들어갔다. 3년 후를 내다본 장기 플랜이 올림픽 동메달의 밑바탕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또 한 번 3년 장기 프로젝트가 가동될 전망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의 주축이 되는 1997년생들이 도쿄올림픽 출전 연령대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도쿄 올림픽을 연계해 향후 대표팀을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후베닐A),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와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이 한 팀에서 함께 뛰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황희찬은 1996년생으로 이번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1989년생들보다 한 두 살 많다. 하지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할 수 있는 나이이고, 공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으로 꼽힌다. 황희찬과 ‘바르샤 듀오’의 시너지 효과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물론 세 명 모두 현재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유럽 클럽 팀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대표 차출에는 늘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병역 혜택(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이 걸려 있는 만큼 선수들이 소속 팀을 설득할 여지는 충분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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