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 임기 3년 방통위원 선임
당시 민주당 등 “황교안 알박기”
지금은 야당서 “방송장악 의도” 비난
“ICT 정책 주도 적임”엔 이견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에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깜짝 발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과 2개월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총리가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 임명 강행한 인사를 다시 차출했기 때문이다. 당장 두 보수 야당은 ‘방송장악 꼼수’라고 비난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방통위 상임위원은 임기가 3년인데도 김 위원을 차출한 것은 전 정권 인사를 빼내고 현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를 새로 앉히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황 전 총리가 김 위원을 임명할 때 비판하던 당시 야권이 (이제 정권을 잡았다고) 인사를 내는 것은 언론장악을 하려는 의도”라며 “정부ㆍ여당의 지지층은 ‘신의 한 수’라고 말하지만 꼼수 중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의 차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미래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쪽을 관장하는 2차관에 김 위원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미래부와 방통위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직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부 차관으로 임명한 전례가 없던 데다 지난 4월 황 전 총리가 지명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황 전 총리 측은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으나,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방통위 공무원노조 등은 ‘무리한 알박기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 승인부터 방송사의 막말 보도 심의까지 막강한 규제 권한을 쥐고 있고, 상임위원 5명이 회의를 통해 주요 의사를 결정한다. 방통위 위원회는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4명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여3 대 야2’ 구도를 유지하게 돼있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황 전 총리가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행한 인사를 무위로 돌리려는 조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는 방통위 상임위원은 자진 사퇴가 아닌 이상 교체가 불가능해, 미래부 차관으로 발탁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대통령 몫의 지명권을 되살린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황 전 총리의 인사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이 보장하는 상임위원 임기를 청와대가 무시하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도 “현 정부의 방송 개혁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 새로 앉히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이 방통위로 가기 전 미래부에서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 지능정보사회추진단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에서 ICT 정책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관련 정책 추진이 중요한 시점에서 민간 전문가나 다른 인물보다 훨씬 수월하게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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