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부결 되도 총선은 압도적 승리해 책임론 대비 가능
일본 집권 자민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의향에 따라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조항을 명기하는 개헌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가 6일 간사 회의를 여는 등 연내 당 개헌안을 정리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여권은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선거와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베 내각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단번에 국민투표 벽을 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제도상 적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되는 실정이다.
자민당 간사 회의에선 ▦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 명기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무상화 실시 ▦자연재해 등으로 선거가 어려울 경우 국회의원 임기 연장 및 긴급사태조항 신설 ▦참의원 선거제도 개선 등 4개 항목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 당정 핵심부의 고민은 개헌을 어떤 로드맵에 따라 정교한 민심관리와 함께 밀어붙여 성공시키느냐다. 7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국민투표와 국정 선거(중의원ㆍ참의원 선거)의 동시 실시가 좋다”는 생각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나리오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이참에 개헌의 최종관문인 국민투표까지 단판 승부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중의원ㆍ참의원 선거를 연승해온 만큼 국민투표도 여기에 끼워 넣으면 헌법개정 찬성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무엇보다 국민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면 이 방안이 제격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내심 동시실시안의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일본 정가의 분석이다. 만일 국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베 총리는 국민 신임을 받은 게 돼 부결에 따른 책임론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호소하고 패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상원의 권한축소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된 마테오 렌치 총리가 모두 사임했다. 일본에서도 아베 총리가 개헌을 직접 주도하는 상황이어서 실패하면 정치적 퇴진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사정상 중의원 동시실시 카드로 최악의 상황이 와도 유럽의 전례를 피해가는 묘수를 구상중인 셈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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