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단체,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
선포돼도 농민 직접지원은 제한적
“현행 정부지원은 위로금 수준…
새 규정 만들어 농민 재기 지원해야”

지난 1일 우박으로 경북 봉화군 영주시 등 경북 북부지역 농작물이 초토화됐지만, 상당수 농가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정부지원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이 좌절하고 있다. 농민들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했지만 현행 법규상 선포 대상이 아닌데다, 설사 되더라도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워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경북도농업인단체협의회는 7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우박피해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규정을 바꿔서라도 재난지역 선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봉화군농어업회의소 등 봉화지역 26개 농민단체들도 8일 군청 회의실에서 ‘우박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쌀값 폭락은 물론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산물 수요 감소와 극심한 가뭄 고통까지 받는 상황에 우박피해마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지경에 영농의욕을 상실하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통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경북도와 봉화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내린 우박으로 경북에선 봉화군 영주시를 중심으로 11개 시ㆍ군에서 모두 6,644㏊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 중 봉화가 3,386㏊로 가장 많고 영주시가 1,695㏊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보상대책은 막막하기만 하다. 전체 피해면적의 절반 가량이 사과 등 과수는 대부분 농작물보험에 가입했지만, 무ㆍ배추 등은 아예 가입대상이 아닌데다 고추 등도 가입농가는 열에 한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60년 농사인생에서 이런 우박은 처음”이라며 “10년에 한두 번 정도 있을 우박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보험에 가입한 과수도 일부는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껍질이 심하게 벗겨져 뽑아 내고 새로 심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과재배면적의 20~30%가 심은 지 5년 이내의 어린 나무로 이번 우박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원줄기 껍질까지 심하게 벗겨졌고, 이에 따른 병충해 등으로 생산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 귀농인은 “5년 전 귀농, 사과나무를 심어 지난해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는데, 나무가 너무 큰 상처를 입어 아예 뽑고 새로 심어야 한다”며 “올해는 물론 다시 수확하기까지 4, 5년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수박 고추 담배 등의 밭작물도 폐농지경이지만 현행 규정상 농약 값과 다른 작물을 실제로 새로 심을 경우에 한해 1㏊에 22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게 고작이다.
농민단체 측은 “정부가 농어업재해대책법 규정에 따라 피해복구비 지원과 농축산 경영자금을 지원하겠다지만 농민들에게는 생색내기 식 위로금에 불과하다”며 “경북도와 봉화군도 규정만 따지지 말고 구체적인 보상근거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농협도 긴급 영농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농자재와 대파용 종자를 즉각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기자회견에 앞서 봉화군청을 방문, 봉화군과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한 농업인 단체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봉화군 긴급지원 조례 제정 ▦농업재해보험 대상 품목 확대 및 국비지원율 인상 ▦자연재해 농작물 보상재원 입법화 ▦피해농가 생계지원 대책 마련 ▦현실적 대파 지원 대책 마련 등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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