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와 인터뷰하는 송명근/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압도적인 백어택으로 현대캐피탈을 침몰시킨 젊은 공격수의 위용은 대단했다. OK저축은행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로버트랜디 시몬(30ㆍ쿠바)이 있었다. 그러나 시몬만으로 될 수는 없었다. 그와 짝을 이룬 송명근(24ㆍOK저축은행)이 상대팀의 에이스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연거푸 블로킹을 잡아내는 장면에서는 한국 배구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하는 듯 했다.
거칠 것 없던 송명근의 시대가 활짝 열리려던 찰나 OK저축은행 왕조는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시몬은 떠났고 송명근은 양쪽 무릎 수술로 사실상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배구를 시작하고 부상이라고는 모르고 질주해온 그의 선수 인생에 처음 좌절이 찾아왔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제일 신나고 재미있는 배구를 하지 못하는 시간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고 스스로가 말한다.
이를 악문 송명근이 오랜 재활을 거쳐 건강한 몸으로 다시 코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비시즌 동료들과 어울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쁠 만큼 부상 이후 몸과 마음이 한층 성숙해졌다. "다음 시즌에는 다시 정상에 서야죠"라며 눈빛을 반짝이는 송명근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저축은행 배구단 숙소 및 훈련장에서 만났다.
-지난 시즌 느낀 게 많을 것 같다. 돌아본다면
"팀으로서는 사실 처음부터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었다. 용병 문제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웠다. 코트에 설 기회가 많이 없었고 아프기도 했다. 신나고 재미있어야 할 코트 안인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즌이다. 몸 관리의 중요성을 가장 많이 느꼈다. 아프면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되새기고 있다."
-수술 이후 어땠나
"작년에 생전 처음으로 수술을 했다. 그 뒤 시즌을 하는데 생각대로 쉽지 않았다. 원래대로 할 수 있겠지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수술한 거에 대해 후회 아닌 후회가 들었다. 수술하고 나서도 재활 과정을 철저히 했으면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임이라든지 점프하는 과정이라든지 활력 있게 하지 못했다. 막상 연습할 때 몸이 안 따라주다 보니까 어디가 아프고 또 아플 것 같았다. 동작이 안 나와 답답했다."
-현재 몸 상태와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다면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업다운 하면서 좋아졌다가 아프기도 하다. 지난 시즌을 할 때보다는 낫다. 선수들하고 같이 훈련에 참여해서 기초 다지기를 하고 있다. 코트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개인적으로는 내 몸 관리를 철저하게 잘 하자는 걸 많이 느낀다."
-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각오는
"지금은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서 체력 운동 위주로 한다. 시즌 끝나고 볼을 많이 안 만져서 감각 위주로 팀 훈련 중이다. 잘하고 싶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는 둘째 문제다. 첫 번째는 지난 시즌에 많이 뛰지 못했기 때문에 코트 안에서 재미있게 꾸준히 뛰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목표는 항상 똑같다. 2번 연속 우승하고 다음 해에 확 떨어졌다. 돌아오는 시즌에는 정상을 목표로 우승을 되찾아올 수 있도록 힘들게 준비하고 있다."
-리그의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해야 될 시점인데
"나 자신도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게 있다. 기다려주신 팬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 배구 공 사이에 앉아있는 송명근/사진=임민환 기자
-'시몬 몰빵' 배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거는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 용병들보다 월등히 잘했다. 다만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잘하는 선수 위주로 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팀도 아마 다들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핑계지만 시몬 이런 걸 떠나서 팀으로 정비가 잘 안 됐다고 선수들 모두가 반성하고 있다. 돌아오는 시즌에는 핑계는 없다. 어떻게든 해야 된다."
-시몬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송명근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난 시즌 코트에 많이 서지 못했지만 몸 상태가 좋았으면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준비 잘해야겠다."
-시몬은 한국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한국에 없는 파티 문화를 꼽았다고 하는데
"많이 붙어 다녔다. 밥도 먹고 놀러 다니고 했다. 시몬이 클럽을 너무 좋아했다. 놀면 앉아있지를 않았다. 술도 잘 마신다. 그런 추억이 있다. 임펙트가 많아 아쉽고 그립기도 하다. 시몬을 생각하고 바라보면 다른 용병들이 못 미치기 때문에 그거는 그거대로 과거이고 추억일 뿐이다. 새로 오거나 같이 있을 용병들한테도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OK저축은행이 새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다는 평가다
"아직 만나보지 않았고 본 적도 없다. 1순위(브람 반 덴 드라이스)로 뽑았고 감독과 코치님이 잘 뽑아왔다고 생각한다. 용병도 용병이지만 국내 선수들이 잘해야 성적을 잘 낼 수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전력으로 해볼 만하다."
-선수가 보는 김세진(43)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엄하지는 않다. 편하게 대해주신다. 운동할 때 빼고는 같이 있으면 선배나 형하고 얘기하는 것 같다. 벽을 쌓는 느낌이 아니다. 그러나 운동할 때만큼은 확실히 지적하고 얘기해주신다.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하시다. 프리한 느낌이지만 절제력이 있으시다."
-한국 배구가 국제 대회에서 부진하다. 앞으로 송명근이 잘해줘야 되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개개인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로 나가면 자존심을 갖고 본인이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원이나 시스템적으로 갖춰지면 그래도 점점 올라가지 않을까. 부진의 원인은 신체적이나 기술적인 두 부분이 다 차지하는 것 같다. 이제는 외국 선수들이 높이나 기본기를 다 갖추고 있다. 같이 게임해보면 높이 앞에서 당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되는지 배구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송명근에게 배구란
"나를 웃게 해주는 존재다. 밖에서도 활발한 편이지만 가장 많이 웃을 수 있고 신나 있을 때가 배구하는 순간이다. 코트 안에서 배구 할 때 가장 즐겁고 스트레스 해소도 된다. 그래서 배구를 못하는 동안 정신을 다잡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삐뚤어질 때도 있었다. 감독ㆍ코치님들이 혼내가면서 잡아줄 때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까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그때만큼은 너무 힘들었다. 신체적으로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좋다. 정신적으로는 힘든 일을 겪었으니까 지금 동료들과 같이 훈련하는 자체로 재미있다."
용인=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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