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각 팀들이 ‘불펜 구하기’에 나섰다.
2위 NC는 선발 요원 이민호(24)를 지난달 중순부터 중간 투수로 고정시켰다. 지난해 팀의 5선발로 9승을 수확한 이민호는 선발과 중간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지만 선발보다 불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6일 현재, 5년간 불펜에서 던질 때 평균자책점은 4.14, 선발 등판할 때는 6.26을 기록 중이다. 올해에도 선발로 3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6.10으로 부진한 반면 중간 투수로는 15경기에서 3.00으로 나은 성적을 올렸다.
NC는 기대 이상의 초반 성적으로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불펜에 지나치게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를 제외하면 현재 이닝을 길게 끌어줄 선발 투수가 없다. 그 결과, 필승 계투조인 김진성-원종현-임창민에게 무게가 실린다. 또 이기는 경기가 많다 보니까 책임질 이닝 수도 더욱 늘어난다.
NC 불펜의 소화 이닝은 245⅓이닝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2위 삼성(217⅓이닝)보다 28이닝 이상 많다. 또 팀이 56경기를 치른 가운데 25경기 이상 등판한 이는 윤수호(26경기), 임창민, 임정호(이상 27경기), 김진성(28경기), 원종현(29경기)까지 5명에 달한다.
중간 투수들의 등판 페이스대로라면 한 여름에 구위가 떨어지거나 부상 등 탈이 날 수 있다. 이를 김경문 감독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민호의 ‘불펜 카드’를 꺼냈다. 김 감독은 “이민호가 불펜에 자리잡음으로써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특히 원종현과 김진성을 좀 더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넥센은 불펜의 소화 이닝(173)보다 높은 평균자책점(5.62)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은 부진과 가벼운 부상이 겹쳐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고, 대체 마무리 이보근 역시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6.23을 찍을 만큼 내용이 좋지 않다.
뒷문이 헐거워지자 장정석 넥센 감독은 선발 조상우의 불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올해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조상우는 초반 선발 4연승의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내리 2경기에서 난조를 보였다. 지난 두 경기 동안 9⅔이닝을 던지면서 총 21개의 안타를 맞고 13실점(12자책)했다. 그리고 지난 3일 휴식 차원에서 2군으로 내려갔다.
장 감독은 조상우의 불펜 기용 무게를 두고 있다. 조상우는 2014년과 2015년 마무리에 앞서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30홀드를 수확했다. 장 감독은 “불펜으로 쓸 경우 8회에 내보낼지, 9회에 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발 자원이 넘치는 SK도 김태훈을 왼손 불펜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태훈은 지난달 26일 LG전에서 2009년 데뷔 후 프로 첫 승을 거두는 등 안정감 있는 투구로 벤치의 신뢰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빠진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가 복귀하면서 중간 계투로 자리를 옮겼다. 박희수를 제외하고는 왼손 투수가 부족한 팀 상황상 김태훈이 불펜으로 갔지만 선발 투수들에게 일정한 휴식을 주기 위해 임시 선발 등판도 준비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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