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주인공에서 내려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배우 권상우는 담담했다. 한류스타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동료배우 손태영과 2008년 결혼하면서부터 이런 생각을 했단다. KBS2 종영극 '추리의 여왕'에서 여주인공 최강희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요즘은 "주인공 제안이 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이렇게 엄살을 피워도 권상우는 제 몫을 다해냈다.
"내 분량이 적어도 잘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추리의 여왕'이라고 해서 꺼려지는 건 없었다. '인생 캐릭터 만났다'는 말을 듣고 힘이 됐다. 대박 난 작품은 아닌데 '권상우가 있었네'라는 느낌을 다시 준 것 같다."
'추리의 여왕'은 생활밀착형 추리퀸 유설옥(최강희)과 베테랑 형사 하완승(권상우)이 공조 파트너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권상우가 연기한 완승은 영화 '탐정'에서 선보인 캐릭터와 연장선상에 있다. 8일부터 영화 '탐정 2'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비슷한 이미지로 굳어지는데 대해 "접근할 때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추리의 여왕' 감독님이 '탐정'을 보고 제안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다르게 연기할까'하는 생각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완승과 설옥은 티격태격 부딪히지 않냐. 현장에서 자유롭게 애드리브가 나왔다. 최강희의 리액션도 정말 재미있었다. 작업할 때 완벽한 사람보다 부족한 사람한테 더 눈길이 간다. 형사가 동네 아줌마의 추리에 의지하는 게 못난 짓인데 재미있더라"고 덧붙였다.
'추리의 여왕'은 첫 회부터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인기 몰이했다. 전작 '김과장'의 효과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시청률이 추락했고,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 수목극 1위 자리를 내줬다. 오히려 "10회 1등 했으면 된 거 아니냐"고 소리쳤다. 권상우다웠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촬영했다. 체감으로 느낀 인기가 더 컸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핑계 삼아 시즌 2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시즌 2의 요청이 쏟아졌다. 마지막 회에서 17년 간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완승의 첫사랑 현수가 등장해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종방연에서도 시즌 2와 관련 긍정적으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말이 시즌 2를 예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댓글을 보면 한 두 명이 아니라 다들 시즌 2 얘기만 해서 신기했다. 최강희가 하면 할 거라고 했다. 설옥이 이혼해서 시즌 2에선 연인으로 연결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웃음)."
권상우가 "최강희 아니면 안 된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최강희 역시 "권상우 만한 상대배우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01년 SBS 드라마 '신화'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다. 최강희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한다. 긍정적이고 인내심도 많다. 제부도에서 촬영 때 1km 넘게 뛰었을 거다. 싫은 소리 하나 안 하더라. 현장에서 이런 태도를 가진 여배우랑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권상우는 그 동안 신인 감독 및 작가들과 많이 호흡을 맞췄다. 유명한 제작진들보다 잘 되면 더 보람을 느낀단다. 이성민 작가 역시 '추리의 여왕'이 입봉작이다. 호흡을 맞추고 싶은 작가로는 홍자매(홍정은-홍미란)를 꼽았다. "차승원 형이랑 차기작을 하더라. 다 알고 있다. 또 기회가 오지 않겠냐"며 욕심을 드러냈다. '직접 연락해 보는 건 어떻냐'고 묻자 "연락이 오지 않는데 굳이 먼저 할 필요 있냐"며 삐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줬다.
권상우 하면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최지우와 출연한 '천국의 계단'으로 한류 신드롬을 일으켰다. '추리의 여왕'은 오는 7월 29일부터 일본 한류 전문 채널 KN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도 판권이 판매됐다. "내가 나오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성기 때를 돌아보며 "진짜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천국의 계단' 이후 10년 넘게 1년에 2~3번씩은 일본 팬미팅을 하고 있다. 그 때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지만 웬만한 젊은 배우들만큼 모인다. 내 프라이드다."
권상우는 배우로서 롱런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올해 42세로 "50세까지 치열하게 작품하고 싶다. 이후 가족들과 여유롭게 개인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9년 차인 권상우에게 아들 룩희와 딸 리호는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아내 손태영에도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결혼하고 연기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인생이 좋아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아내와 한 작품에 출연할 계획은 없다며 "어휴, 그걸 어떻게 하냐. 30년 뒤 주말극에 부부로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권상우는 스스로를 '외톨이 배우'라고 칭했다. 군대 전역 후 20대 중 후반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운이 좋아서 데뷔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주위에서 시기, 질투가 많았다"고. 할리우드 진출 실패 경험은 좋은 약이 됐다. "2009년에 미셸 공드리 감독의 '그린 호넷' 오디션을 봤다. 정장 입고 시멘트 바닥에서 낙법하고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거의 되는 분위기였다. 중국 자본이 들어가면서 중국배우(주걸륜)가 최종 캐스팅됐다. 그 때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면 더 잘 됐을 거다. 근데 한국에서 한 작품 한 작품 성공해 나가는 게 더 힘들다. 50세 돼서 할리우드에 갈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누구나 꿈은 있으니까." 사진=수 컴퍼니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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