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해 6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외부에 유출돼 파문이 일었던 유엔 대외비공개 보고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가 유엔 밖 사설 컨설팅 그룹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활동과 효율성을 포괄적으로 검토한 결과, 제도적 문제는 물론 조직 최고 지휘부 관리들의 리더십과 운영 스타일, 능력과 자질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전면적인 개혁을 권고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는 당시 유엔 인도주의담당 사무차장보로 OCHA를 직접 운영 관리하는 기구 내 서열 2위였다.
강 후보자의 직속상관이었던 발러리 에미모스 유엔 인도주의담당 사무차장 후임자로 2015년 7월 취임한 스테판 오브라이언이 효율적인 OCHA 운영 관리를 목적으로 외부 전문 매체에 자문을 구해 ‘보스턴 컨설팅 그룹’(The Boston Consulting Group)과 ‘마네트’(MANNET)가 2016년 6월9일 요약본을, 그리고 같은 해 7월29일 최종본을 완성한 ‘직무검사’(functional review) 보고서는 엄격하게 내부용 문건이었다. (https://www.scribd.com/document/336603381/2016-OCHA-Functional-Review)
그러나 보고서 요약본은 유엔 해당 관계자들에 극히 제한 회람됐음에도 불구하고 작성 3일, 회람 2일 만인 2016년 6월12일 유엔 소식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이너시티프레스’(Inner City Press)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그 자체가 당시 OCHA 내에 최고위급 지도부의 리더십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음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
보고서가 회람된 직후 OCHA의 10여 개 현지 사무소장들은 오브라이언 차장에게 공동성명 형식의 이메일을 보내 보고서가 지적한 유엔본부의 최고위 지도급 리더십 문제 지적을 상기시키며 신속하고 단호한 개혁을 촉구했다.
그들은 유엔의 이 같은 문제점들이 그 동안 OCHA의 현지 활동을 크게 저해해왔다며 보고서 권고에 따른 해결 조치 노력에 ‘전폭적인 협력’(full cooperation)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보고서는 외부 전문 매체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유엔 기구와 사령탑들에 대한 노골적인 혹평과 함께 표면적으로 드러난 “최악의 평가”(worst assessment)라는 점에서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화살은 10년 임기를 마무리 짓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까지 겨눠지기도 했다.
특히 보고서는 그 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던 유엔 기구들의 만성적인 제도적 문제를 떠나 지도급 고위 관리들의 리더십 자질을 구체적으로 짚어 강력히 규탄해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는 “고위급 관리 차원이 내린 결정을 (실무적으로) 이행토록 하는 원칙적인 후속조치들이 없고 리더십 팀들은 서로 잘 협력하지 않으며 특정 관리들이 갖고 있는 시각은 그들이 모든 행동을 바라보는 ‘경직된 렌즈’(entrenched lens)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또 “리더십 팀들 사이에 신뢰가 없고 서로가 모든 것이 ‘제로 섬’(zero-sum) 게임이라는 인식 아래 ‘대립주의’(polarization)가 전반적으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직위 유지와 승진을 위해 제각기 권한 행사 “영역 싸움”(turf battle)과 “관할권 구축”(kingdom building)으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충성”(loyalty) 경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강 후보자는 문제의 보고서 요약본이 나온 지 4일 뒤인 2016년 6월13일 OCHA 직원들에게 자신이 반 전 총장과 오브라이언 차장에게 사임의사를 전달한 사실과 그들이 이를 “존경과 밝은 기원으로 받아들였다”는 결과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이메일 역시 곧바로 외부로 누출돼 공개됐는데 강 후보자는 자신이 맡아온 직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공직)자리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퇴임 결정이 “개인적으로는 모국(한국)에 있는 가족 모두와 함께하기 위해” 이전에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유엔 직원 규정 및 규칙’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하는 사무차장과 사무차장보는 통상 연임과 연장이 가능한 5년 임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유엔 안팎에서는 반 전 총장에 의해 2013년 직위에 부임한 강 후보자의 조기 ‘사표제출’에 대해 OCHA ‘직무검사’ 보고서에 따른 책임성 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임 결정을 내린 2016년 6월은 반 전 총장 임기 말이자 신임 사무총장 선출 확정시기로, 유엔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보와 같은 중요 직책 후임자 지명을 떠나는 총장에게 넘겨준다는 차원에서 유엔 관례를 벗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강 후보자는 OCHA 사표가 지난 해 10월 수리된 뒤 안토니오 구테헤스 신임 사무총장 당선자의 요청으로 인수인계 팀을 이끌었고 그가 공식 취임한 이후에는 ‘정책특보’라는 새로운 직위에 임명 됐다.
뉴욕=신용일 프리랜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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