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단계 조치 수혜 가구
비수급 빈곤층의 7%에 그쳐
“前 정부보다 소극적” 지적
지체장애 1급 어머니(50), 여동생(18)과 함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살아왔던 조은별(23ㆍ여)씨는 지난 2월 경기 김포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취업하면서 수급자 신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머니가 받는 생계급여는 반토막이 났다. 조씨가 취업과 함께 월 170만원 소득을 올리면서 당초 3인 가구 기준 월 110만원을 받던 생계급여가 2인 가구 기준(84만원)으로 줄었고, 조씨가 어머니의 ‘부양의무자’로 지정돼 약 20만원이 추가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현재 조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월 60만원 안팎의 생계급여로 근근이 생활한다.
그간 저소득층 복지 분야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혔던 부양의무자 제도와 관련해 새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복지를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완화 폭이 너무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조씨와 같은 대다수는 기준 완화 대상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완화하는 ‘1단계 조치’를 취한다.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조치다.
1단계 조치에 따른 수혜자가 되려면 기초생활 수급자 가구는 물론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각각 1명 이상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거나 ▦노인이 장애인 ▦장애인이 노인 ▦장애인이 장애인을 부양하는 4가지 경우에만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의 예외로 인정된다. 부양의무자 가구가 전체 노인ㆍ장애인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깐깐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가구 수는 전체 복지 사각지대 가운데 극히 일부에 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생활은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이지만,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에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2013년 기준 60만 가구(약 95만명)로 추정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1단계 조치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구는 비수급 빈곤층의 7% 수준인 4만1,000가구(5만5,000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면적인 기준 완화는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도 복지부 장관이 ‘질병이나 교육, 가구 특성’을 감안해 폭넓게 예외를 둘 수 있게 돼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수혜자 규모인 5만5,000명은 박근혜 정부가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12만명 보다도 적은 수”라면서 “제도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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