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인 등의 명의를 도용해 9년간 100여 차례 의약품을 처방 받은 50억원대 자산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타인 명의를 도용해 의약품을 처방 받은 혐의(주민등록법 위반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로 뉴질랜드 시민권자 이모(61)씨를 불구속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부인과 전 장모의 명의를 도용해 정신과 의약품을 100여 차례 처방 받았다. 서울 성북구 한 내과에서는 위궤양약과 수면유도제를 70여 차례 처방 받았고, 양천구 한 신경정신과에서는 정신의약품을 30여 차례 처방 받았다. 이씨는 서울과 인천 등지에 50억원 상당을 보유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이씨 범행은 전 부인 A씨가 다른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는 과정에서 들통났다. 수면유도제를 처방해 달라는 A씨 말에 의사가 “다른 병원에서 처방 받은 수면유도제가 많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처방 내역을 확인한 A씨는 이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씨가 의사들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에게 약을 처방해준 의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부인 약을 처방 받는다고 해 믿고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약을 처방해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 약값을 청구한 혐의(사기)로 이들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국적이 아닌 이씨는 건강보험료가 높아,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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