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양징자씨 “아베 정부가 외면하는 위안부역사 교육, 시민들이 직접 하겠다”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 시민이 직접 나서 위안부 참상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일본에서 오래도록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앞장섰던 재일동포 양징자(梁澄子)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6일 일본 시민단체 인사들과 함께 위안부 피해 알리기에 쓰일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기금을 운용할 사단법인 ‘희망의 씨앗기금’은 9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공식 출범한다. 이 단체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지난해 6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설립한 정의와 기억재단(이사장 지은희)과 협력하기 위해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만들었다.
희망의 씨앗기금 대표이사는 양씨가 맡고 과거사, 여성문제와 관련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사로 나서기로 했다. 기타하라 미노리 이사는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목소리와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기금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한국의 젊은이들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단체의 이름은 과거사 문제를 다음 세대에 알리는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미를 담아 명명했다.
이 단체의 활동계획은 치밀하게 짜여 있다. 양 대표는 “우선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교재를 만들어 학교와 대학에 배포하고 대학의 세미나 등에 강사를 파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중고생ㆍ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직접 한국에 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볼 수 있도록 여행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또래의 한국 젊은이들을 접하며 인류 보편적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른바 ‘공부여행’ 프로젝트다.
양 대표는 또 “방학을 이용한 2개월~6개월 정도 유학지원을 계획중이다. 어학당을 다니며 정대협이나 정의와 기억재단 등에서 대학생 인턴십을 체험하도록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며 “결국 모금활동이 잘돼야 하는 만큼 기금발족에 양심적인 한일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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