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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우량한 전기 생태계 파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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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우량한 전기 생태계 파괴할 것인가

입력
2017.06.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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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부산의 경계 고리원자력단지에는 한수원인재개발원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와는 담장도 없이 부지를 공유하고 있어 아침 일곱 시면 어김없이 만나는 신입직원들의 활기찬 움직임은 가장 큰 기쁨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공기업 직원으로 채용됐다는 자부심과 함께 미래의 전기에너지를 책임진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한수원이 지난해 직접 채용한 직원은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협력업체의 고용창출은 이보다 몇 배는 될 것이다. 하지만 채용되었다고 넋을 놓고 있다가는 연수과정에서 탈락된다. 석 달이 넘는 연수기간 최선을 다해야만 각종 시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노력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격과 감동을 느낀다. 이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러한 건강한 생태계가 요즘 직접적인 위협에 시달린다. 설계가 다 끝난 발전소는 지어 보지도 못하고 1조 가량의 매몰비용만 남긴 채 사라질 것 같다. 그간 중요한 내장 부품을 바꿔 20년은 더 쓸 수 있는 고리 1호기는 이달 들어 영구히 정지된다. 정지로 인한 전력 생산 감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폐기시키려면 현재 기술로는 많은 비용이 든다. 국내사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영국원전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일도 녹록지 않다. 정치인들의 견제에 갈피를 못 잡는다. 그러나 정지와 폐기를 주장하는 정치권 어디에서도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자립한 에너지원은 원자력발전을 이용한 전기에너지 생산이다. 거의 모든 과정이 국내기술로 해결되며 UAE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기술 자체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것이어서 나라의 기술수준을 높이는데도 많은 기여를 한다. 많은 임금을 받는 양질의 일자리가 일 년에 수천 개씩 생겨나고, 외국에서 수십조씩 돈을 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이 산업이 휘청거린다. 당장 그간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던 회사에 빨간 등이 켜졌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또 누군가의 월급봉투는 가벼워질 것이다. 더 이상 신입사원은 채용되지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의 총량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사실이다.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난다”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전기 없이 생활하는 겨울은 상상할 수도 없다. 원자력전기를 태양광이 완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독거노인들이 겨울을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배의 전기료를 더 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다. 전기 문제를 단선적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누진제를 둘러싼 논쟁이 우리의 지난여름을 뜨겁게 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자 십 만원 미만을 내던 한 달 전기료가 오십만원, 백만원이 되는 현실을. 이를 국민 모두가 감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원자력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량한 원자력전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시일이 걸릴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새로운 발전소를 짓지 않았던 미국은 새로운 발전소를 중국과 자국에 지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은 원자력 산업계를 떠났고 학교는 더 이상 원자력을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직원들의 전문성은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할까? 고용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좆는 현 정부의 눈에 원자력발전이 밀월의 대상이 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전기는 이미 물, 공기와 같이 대체할 수 없는 필수재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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