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일자리는 급한 불을 끄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나와야 새 정부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데 기업도 시장도 조연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11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일자리가 공공 부문(7만1,000개)에 치우쳐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통해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내는 일자리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끝난다’고 선언한 현 정부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등 시장과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심각한 실업 문제를 고려할 때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공공 부문에 집중해 당장 실적에 매달리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일감이 있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일자리를 만들어 일감을 찾는 격으로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신규 직원을 뽑는 게 일자리 창출”이라며 “일자리를 만드는데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걸림돌이 있는지 살펴보고 풀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도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학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이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 정부가 1명 임금을 지원하는 ‘2+1 지원제’로 일자리가 양적으로 늘어날 순 있지만 거기서 멈추면 구조적인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대기업의 성장에 비해 성과를 공유하지 못했던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질 좋은 일자리로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기술력 부족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민간 부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 부문 일자리가 1개 생기면 민간 일자리가 1.5개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공공 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민간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해외 시장 개척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일자리와 구직자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는데 가능성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런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정부와 기업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부문의 성장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지금은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단절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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