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안보실 차장 거론됐지만
참여정부 핵심 2선 후퇴 맞물려
文정부 첫 인선에서 배제
청와대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낙마 이후 후속 인사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ㆍ안보 라인 인선 과정에서 또다시 혼선이 빚어질 경우 국정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2선으로 물러난 참여정부 핵심,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구원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비서관은 앞서 안보실 차장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아 단장이었던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특사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ㆍ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역할이 주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상외교는 안보실 2차장이 담당한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신 핵심 참모의 2선 후퇴 기류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인선에서 배제됐다.
박 전 비서관 등판론이 재부상 하는 데는 한미정상회담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대북정책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조율할 실무 책임자로서 박 전 비서관이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북핵6자회담 등을 모두 다뤄본 경험이 있다”며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비서관이 학자 출신의 외교안보 정책전문가인만큼 정의용 안보실장, 이상철 안보실 1차장과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정 실장은 외무고시 출신의 정토 외교관으로 다자외교 전문가이고 이 1차장은 육사 출신의 장성으로 군사정책 전문가다.
다만 여권에서는 박 전 비서관을 기용할 경우 야권이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시즌2’라고 딱지를 붙여 정치 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박 전 비서관을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자주파’로 분류하며 비토하는 기류도 여전하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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